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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8월, 소녀시대 20주년 무대를 기대할 이유가 하나 혹은 그 이상 늘어났다.
효리수의 'Skibidi'를 들을 수 있을 테니.
그만큼 효연, 유리, 수영이 결합한 유닛 효리수가 지난 8월31일 발매한 데뷔 싱글에 대한 반응이 뜨겁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팀이 등장하기까지 약 1년간 쌓아온 서사가 소녀시대 20년사의 한 축을 차지할 유의미한 정사라는 것이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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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수, 걸그룹의 ‘먼저 온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입력 2026.09.19 06:00
수정 2026.09.19 16:32
펼치기/접기- 위근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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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소녀시대 새 유닛 효리수. 왼쪽부터 효연·유리·수영.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내년 8월, 소녀시대 20주년 무대를 기대할 이유가 하나 혹은 그 이상 늘어났다. 효리수의 ‘Skibidi’를 들을 수 있을 테니. 더 나아가 태티서 대 효리수의 대결이 펼쳐진다면? 왜 태티서 대 효리수냐, 효리수 대 태티서지, 라는 반응까지 포함해 멤버 간 관계의 맥락도 다양하게 변주되리라 기대해 볼 만하다. 그만큼 효연, 유리, 수영이 결합한 유닛 효리수가 지난 8월31일 발매한 데뷔 싱글에 대한 반응이 뜨겁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팀이 등장하기까지 약 1년간 쌓아온 서사가 소녀시대 20년사의 한 축을 차지할 유의미한 정사(正史)라는 것이다.
효리수의 탄생 시점은 큰 이견 없이 지난해 9월 효연의 유튜브 채널 ‘효연의 레벨업’에서 효연이 티파니에게 태연, 티파니, 서현으로 이뤄진 태티서처럼 보컬이 강조된 효리수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고 티파니가 ‘Oh my god’을 연발하며 어이없어 한 콘텐츠가 공개됐을 때로 본다. 해당 영상이 조회수 300만 이상(9월 현재)을 기록하며 큰 화제가 된 이후 효리수라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유닛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조금씩 효연의 부담감이나 본인들의 동의 없이 판을 키운 것에 대한 유리와 수영의 반발, 그 와중에 각각의 실력에 대한 ― 근거 여부와 별개로 ― 자부심으로 진행된 메인 보컬 쟁탈전 등 설정과 본심을 뒤섞은 상황극 시리즈를 통해 계속 진전되었으며 약 1년여 만에 드디어 데뷔 싱글 ‘Skibidi’를 내고 지난 9월5일엔 MBC <쇼! 음악중심> 무대에 오르기에 이른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장기 프로젝트다. 그 사이 그들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MBC <놀면 뭐하니>에도 출연했고, ‘효연의 레벨업’ 채널에서 효리수 관련 콘텐츠는 비정기적인 와중에도 툭하면 200만~300만뷰를 기록했고 최근엔 400만뷰까지 올랐다. 일회성 콘텐츠로 끝나거나 자칫 흐지부지될 수도 있던 아이디어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뒷심을 발휘한 흔치 않은 사례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사실 이 이야기는 1년보다 훨씬 전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효리수의 전신이라 할 수 있을 임시 유닛 SHY를 11년 전인 2015년 공연에서 선보인 바 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이 사연 역시 특히 SHY의 맨 앞 S 자리를 차지했던 수영을 통해 잘 활용된 바 있다. 이들의 메인 보컬 및 센터 경쟁은 다분히 코믹한 캐릭터를 살린 상황극으로 진행되지만 또한 소녀시대의 댄스 담당으로서 가사 파트가 별로 없고 그 이유로 원샷 역시 적었던 경험적 맥락 안에서 이 상황극엔 일종의 핍진함이 담긴다. 싱글 발매 직전 출연한 카스쿨 페스티벌 대기실에서의 상황극에서 프로젝트를 이끈 효연은 담당해야 할 보컬 파트가 많아진 걸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난 그 전에 춤만 췄거든? 나 요즘에 가수된 것 같아”라 말한다. 진심이거나 최소한 진심처럼 보이는 그의 말을 받아 수영은 2007년 SBS <인기가요>로 데뷔했을 때보다 더 데뷔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건 꽤 과장이 있어 보이지만 그랬던 그가 <쇼! 음악중심> 리허설에서 “내가 2026년에 ‘음중’을 하고 있다니”라 할 때 묘하게 벅찬 건 사실이다. 2007년 지상파 음악방송에 데뷔했던 시절과 현재가 교차하며 19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서사가 효리수의 무대에 덧씌워진다.
지난 5일 MBC <쇼!음악중심> 무대를 선보였던 효리수. 유튜브 캡처
그런 면에서 효리수의 지난 1년이 정말 재밌던 것과 별개로 이들의 유튜브 활동을 단순히 웃음 대세 정도로 요약할 수 없다.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과 김신영의 둘째 이모 김다비 캐릭터의 돌풍 이후 우후죽순 등장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던 소위 ‘부캐’ 기획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어받은 건 효리수처럼 보인다. 성공적이었지만 종종 작위적이었던 프로젝트인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와 비교해도 훨씬 직관적이고 캐릭터의 맥락도 풍부하다. 효리수로 상황극을 할 때와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자연인 효연, 유리, 수영으로 출연해 효리수에 대해 이야기할 때, 효리수로서 무대에 설 때 그들이 수행하는 역할들은 명확히 분리되지 않고 각각의 서사에 기입되고 연결되고 확장된다. 물론 이것이 가능한 건 그들이 소녀시대이기 때문이다. 한국 아이돌 역사에서 가장 오랜 시간 군림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걸그룹의 멤버로서 그들은 등락이 심한 연예계에서 여전히 유명인이다. 수많은 이들이 그들의 전성기를 기억하며 현재의 활동에 주목한다. 그러니 효리수가 사랑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들 각각이 소녀시대의 전성기 이후 급변하는 음악 시장과 미디어 환경, 매년 먹어가는 나이, 각개격파 해야 하는 개인 활동의 어려움 안에서도 조급해하지 않고 잘 살고 잘 버텨온 시간이 지난 1년간의 효리수 프로젝트로 이어지며 소녀시대의 시간이 더 연장된 것도 사실이다. 효리수라는 새 유닛이 없어도 다들 내년 소녀시대의 20주년을 크게 축하하고 기념했을 것이다. 다만 효리수의 출발점이 된 티파니와의 영상에서 효연이 이제 곧 20주년이니 태티서처럼 효리수를 만들어 한 방 하고 싶다고 한 뒤의 기대치와 호기심은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현재진행형의 욕망으로 새 유닛 효리수를 구상하면서 태티서도 소녀시대도 잠시 쉬고 있지만 현재진행형인 존재로 호명된다. 효리수의 욕망은 소녀시대에서의 결핍에서 출발하지만 효리수 활동을 통해 결핍이 채워진다면 소녀시대도 그만큼 달라질 것이며, 변화한다는 건 현재를 산다는 것이므로.
싱글 ‘Skibidi’에서 효리수는 이렇게 노래한다. ‘내 걸음 맞춘 내 속도가 좋아 우리만의 새 길을 만들어’. 이것은 데뷔 19년차 중견 연예인으로서 살아가는 속도의 이야기인 동시에 그룹 활동이 끝나고 멤버 각자 서로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같은 소녀시대라 해도 모든 멤버가 윤아나 태연 같은 커리어를 가질 수는 없다. 대신 자기 걸음과 속도에 맞춘 길을 낼 수는 있다. 엉망진창 보컬 대결로 감탄 대신 큰 웃음을 선사하거나 음악방송 PD에게 더는 엔딩 요정일 수 없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그들은 가사에서처럼 ‘예상 밖의 답’을 찾는다. 헬기가 동원된 옥상 무대에서 ‘소원을 말해봐’를 부르던 전성기를 재현할 수 없지만 헬기가 그려진 무대에서 팬들의 환호 아래 성공적으로 지상파에 데뷔한다. 그리고 모든 예상 밖의 답은 언제나 새로운 영감을 남긴다.
흔히 소녀시대는 2세대 아이돌로 분류되지만 효리수는 현세대 아이돌인 5세대 다음 세대인 6세대를 표방하는 중이다. 2026년 데뷔한 신인 유닛임을 강조하는 과장된 설정 놀이지만 그들이 걸그룹에게 가능한 어떤 미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진실일 수도 있다. 어떤 아이돌도 전성기를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다. 심지어 그 대단한 소녀시대조차도. 특히 시간의 압박은 걸그룹에게 더 엄혹하기 일쑤다. 2세대든 5세대든 시간이 흐른 어느 시점에선 전성기도 추억도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을 반복하려 하지 않고 현재를 산다면 좋았던 과거는 언제든 지금을 위한 좋은 자원이 되어준다. 효리수는 걸그룹의 전성기 이후에도 각자의 삶과 속도가 있으며 그것을 받아들이고 컨트롤할 수 있을 때 전성기도 추억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심지어 걸그룹의 형식으로도. 물론 쉽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걸그룹으로서 소녀시대의 영광을 롤모델로 삼는 게 당연한 일이라면, 효리수로서의 미래를 롤모델로 삼는 것도 그렇게 허황된 이야긴 아닐 것이다. 효리수는 소녀시대의 미래이자 자신들의 현재가 되었고, 다시 소녀시대의 현재가 되었다. 이 모델을 걸그룹의 미래라 부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효리수는 유튜브 채널 ‘효연의 레벨업’에서 시작돼 실제 무대에도 섰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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