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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할게여’ 멜론 정상…개성 드러내던 솔로에서 일상의 바람으로
가사와 직업별 무대에 자신의 경험 대입…퇴사 영상으로도 확산
장기 흥행 ‘굿 굿바이’까지, 청자의 마음을 대신 표현하는 노래 인기
아이들(i-dle) 소연이 ‘퇴사할게여’로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르며 일상적인 공감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분명하게 드러냈던 이전 솔로 활동에서 나아가, 오래 참아온 일을 그만두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는 바람을 노래에 담았다. 헤어진 연인들의 마음을 건드린 화사의 ‘굿 굿바이’(Good Goodbye) 역시 장기 흥행하는 가운데 청자가 자신의 경험을 대입할 수 있는 소재가 여성 솔로의 음악을 널리 듣게 만드는 접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20일 멜론에 따르면 소연의 정규 1집 ‘끝내주는 인생’ 타이틀곡 ‘퇴사할게여’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TOP100 1위를 기록했다. 이번 성과는 여성 솔로들이 각자의 음악과 이미지를 새롭게 제시하는 시기에 나왔다. 지난 3일 ‘데자부’(DEJAVU)를 발표한 권은비는 자신이 쌓아온 취향과 이미지를 디스코 팝에 담았고 11일 미니앨범을 낸 류수정은 전곡 작사와 수록곡 전체 뮤직비디오 제작으로 여러 감정을 연결했다. 그룹 활동으로 이름을 알린 뒤 자신의 색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소연은 ‘퇴사’라는 누구나 뜻을 알아듣는 상황을 곡의 주제로 놓았다.
소연의 솔로 활동은 그룹 데뷔 전부터 이어져 왔다. 아이들 데뷔에 앞선 2017년 ‘젤리’(Jelly)로 솔로 데뷔했고 2021년 7월에는 첫 미니앨범 ‘윈디’(Windy)를 발표했다. ‘윈디’에서는 패스트푸드와 보드 타기를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부캐릭터를 내세웠다. 가상의 햄버거 브랜드 ‘윈디버거’와 포장 상자를 연상시키는 앨범 패키지까지 연결하며 음악과 시각적 기획을 하나로 묶었다. 록과 힙합을 결합한 타이틀곡 ‘삠삠’(BEAM BEAM)에는 현재를 뜨겁게 보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스물네 살 소연의 취향과 태도를 캐릭터로 보여주고 청자를 그 세계 안으로 초대하는 방식이었다.
소연 정규 1집 온라인 커버 ⓒ큐브엔터테인먼트
‘퇴사할게여’에서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태도는 이어진다. 달라진 것은 그 자유가 놓인 상황이다. 가사에는 오래 참은 일을 그만두고 여행과 새로운 일을 시도하려는 계획이 등장한다. 선택을 후회할 가능성까지 품으면서도 일단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겠다는 마음이다. 소연의 취향을 미리 알지 못해도 청자는 지친 출근길이나 미뤄둔 계획을 곡에 겹쳐볼 수 있다.
노래는 생활을 유지하려면 계속 일해야 하지만 잠깐이라도 그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늘 나중으로 미뤄온 자신의 삶을 먼저 챙기고 싶은 바람을 대신 말한다. 당장 사표를 낼 수 없는 사람도 노래 안에서는 그 선택의 후련함을 경험할 수 있다. 이전 솔로에서 소연이라는 인물의 자유로움이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청자가 바라는 자유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처음부터 이 소재가 호의적으로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공개 초기 온라인에서는 유명 아이돌이 직장인의 퇴사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가수의 생활과 청자의 현실 사이에 거리가 있다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곡은 퇴사 이후의 성공을 보장하거나 직장 생활의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잠시 쉬고 다른 삶을 상상하고 싶은 마음을 풀어낸다. 이 노래의 설득력은 청자가 자신의 소망을 발견할 수 있는 장면에서 만들어진다.
음악은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문턱을 낮췄다. 2007년 발매된 익스의 ‘잘 부탁드립니다’를 활용한 익숙한 선율에 일상적인 말투를 얹어 제목 그대로 경쾌하게 따라갈 수 있게 했다. 퇴사의 불안과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그 이후의 시간을 상상하게 하는 분위기다.
소연이 이전부터 쌓아온 작사·작곡과 콘셉트 기획 경험도 이번에는 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전달하는 데 쓰였다. 지난 11일 KBS2 ‘뮤직뱅크’ 무대에는 간호사와 경찰 등 여러 직업을 연상시키는 복장의 댄서들이 등장했다.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인물들이 소연과 함께 춤추는 설정은 가사 속 해방감을 여러 사람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직업별 의상은 관객이 자신의 일상과 가까운 인물을 찾아볼 수 있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화사 ‘굿 굿바이’ 뮤직비디오
소연이 일을 그만두고 싶은 사람들의 해방감을 대신 표현했다면 화사의 ‘굿 굿바이’는 헤어진 연인들이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감정을 노래하며 공감을 얻었다. 관계가 끝났어도 함께한 시간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 상대를 잘 보내주고 자신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감정을 다룬다. 이별을 겪은 사람에게 노래 속 작별은 자신이 받지 못했거나 제대로 건네지 못했던 인사를 떠올리게 한다. 미련과 후련함이 함께 남는 이별의 감정이 곡을 반복해서 듣게 하는 이유로 읽힌다.
지난해 11월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 배우 박정민과 함께한 무대는 그 감정을 구체적인 관계로 보여줬다. 뮤직비디오에서 헤어짐을 앞둔 연인으로 등장했던 두 사람이 무대에서도 호흡을 맞추며 곡은 다시 주목받았다. 이 시기는 티빙 ‘환승연애4’가 방영되던 때이기도 하다. 전 연인을 향한 미련과 새로운 출발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보여주는 프로그램과, 좋은 작별을 건네려는 노래는 이별 이후의 감정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굿 굿바이’의 흥행을 당시 대중문화가 다루던 관계의 정서와 함께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쪽은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시간을 되찾는 상상을, 다른 한쪽은 지나간 사랑과 잘 작별하는 마음을 건넨다. 현실에서 쉽게 실행하거나 정리하기 어려운 감정을 노래로 먼저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무대와 영상은 그 마음을 눈앞의 상황으로 보여주며 청자가 곡에 들어갈 자리를 만든다. 소연의 상승세와 화사의 장기 흥행은 여성 솔로의 경쟁력이 어떤 모습으로 자신을 보여주느냐와 함께, 어떤 마음을 대신 말해주느냐에서도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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