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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두루미는 안녕할까? 민통선 ‘여의도 240배’ 푼다는데…다시 물어야할 것들 – 주간경향

DMZ 두루미는 안녕할까? 민통선 ‘여의도 240배’ 푼다는데…다시 물어야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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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용양보 중간에 파손된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일제강점기 금강산선에 전기를 공급하려고 만든 전기철탑을 이용해 만든 군 정찰로로, 현재는 폐쇄돼 철새들의 쉼터가 됐다. 황종현 제공

DMZ 두루미는 안녕할까? 민통선 ‘여의도 240배’ 푼다는데…다시 물어야할 것들

입력 2026.09.21 06:00

수정 2026.09.21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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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용양보 중간에 파손된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일제강점기 금강산선에 전기를 공급하려고 만든 전기철탑을 이용해 만든 군 정찰로로, 현재는 폐쇄돼 철새들의 쉼터가 됐다. 황종현 제공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용양보 중간에 파손된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일제강점기 금강산선에 전기를 공급하려고 만든 전기철탑을 이용해 만든 군 정찰로로, 현재는 폐쇄돼 철새들의 쉼터가 됐다. 황종현 제공

고요함이 너른 습지와 숲을 채웠다. 새소리, 풀벌레 소리, 초목을 스치는 바람 소리는 청량했다. 사실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빈약한 표현력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었다. “한반도가 간직해온 가장 비밀스럽고 순수한 자연”이라는 황종현 해설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무장지대(DMZ) 철책선 앞에서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평온함을 느꼈다.

지난 9월 10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인근의 용양보를 찾았다. 비무장지대 안쪽에 있는 유일한 습지보호지역이다. 철원 DMZ생태평화공원 방문자센터에서 진행하는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둘러볼 수 있다. 이날 탐방로에 들어서자 길옆으로 지뢰 표지판이 걸린 가시철선이 쭉 이어져 있었다. 철선 너머에는 왕버들과 갈대가 우거진 습지가 펼쳐져 있다. 남쪽으로는 일제강점기 금강산전기열차가 화강을 건너던 용양철교와 그 열차에 전기를 공급하던 철탑이 있다. 둘 다 한국전쟁 때 파손됐는데, 용양보는 이 용양철교의 교각 사이를 막아 만든 저수지다. 1970년 입주한 생창리 마을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려는 목적이었다.

한탄강의 지류인 화강이 보로 막히면서 물이 고였고, DMZ 안의 군 수색 정찰로도 물에 잠겼다. 그래서 정찰병이 이동할 목적으로 만든 다리가 용양철교 앞에 있는 출렁다리다. 파괴된 전기 철탑을 이용해 만들었다. 1980년대 이후 새 정찰로가 만들어져 사용을 중단했고, 현재는 민물가마우지의 놀이터가 됐다. 전쟁으로 파손된 철교와 철탑, 허물어진 출렁다리 위에 줄지어 앉은 철새는 용양보를 상징하는 모습이 됐다. 황 해설가는 “일제강점기와 인민공화국 시절, 한국전쟁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과 상처가 오롯이 남아 있는 곳인데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황종현 철원 DMZ생태평화공원 해설사가 지난 9월 10일 금강산선 철길 옆에서 탐방객에게 용양보의 생태적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주영재 기자

황종현 철원 DMZ생태평화공원 해설사가 지난 9월 10일 금강산선 철길 옆에서 탐방객에게 용양보의 생태적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주영재 기자

바위 절벽 틈에서 만난 분홍장구채

용양보는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다. 북쪽 오성산 사이로 남북으로 길게 뻗은 능선이 있는데, 이곳에서 중국 저격병이 미군에 큰 피해를 줘 ‘저격능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저격능선 전투에서 양측을 합해 3만명 이상이 숨져 백마고지 전투와 함께 2대 격전지로 꼽힌다.

지금도 용양보 습지는 남북 대치의 한가운데에 있다. 군사분계선에서 1㎞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다만 군이 남방한계선 철책을 북쪽으로 800m 넘게 올리면서 비무장지대 출입을 관장하는 군사정정위원회의 승인 없이 군부대 허가로 탐방 방문이 가능하다. 탐방로가 개방된 건 2023년 5월 이후다. 그전까지 약 70년간 사람의 발길이 제한되면서 다양한 동식물이 사는 호수형 습지로 보존될 수 있었다. 황 해설사는 “지뢰 때문에 개발을 못 해 자연생태 그대로 잘 보존되고 있다”면서 “김화의 곶자왈이라 부를 만하다”고 말했다.

이날 탐방로 옆 바위 절벽 틈에서 분홍장구채를 볼 수 있었다.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추운 지방의 바위 절벽에서만 자란다. 분홍색 꽃이 장구채를 닮았는데 관상 가치가 높아서 불법 채취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있다. 2012년부터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2018년 국립생태원 조사단이 용양보에서 분홍장구채를 발견하면서 이 일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군사 도로를 내기 위해 절개한 암벽지대에 분홍장구채가 살고 있다. 주영재 기자

군사 도로를 내기 위해 절개한 암벽지대에 분홍장구채가 살고 있다. 주영재 기자

습지 인근의 나무는 대부분 왕버들나무로 용양보는 우리나라 최대의 왕버들나무 군락지다. 국립생태원 조사에 의하면 철원의 민간인통제선(민통선·군사분계선에서 10㎞ 이내 지역) 지역은 오대산국립공원의 동식물종의 다양성과 맞먹을 정도로 자연이 잘 보존된 지역이다. 구렁이와 아무르장지뱀, 큰산개구리와 두꺼비, 묵납자루, 자라, 남생이, 삵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산양과 수달도 이곳에서 발견된다. 황 해설사가 습지 안쪽 진흙 웅덩이를 가리키면서 멧돼지들이 목욕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9월 10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용양보 습지 탐방로 옆에 지뢰 표지판이 걸린 가시철선이 있고, 그 너머로 왕버들과 갈대가 우거진 습지가 펼쳐져 있다. 연못 속에 물밤이라고도 불리는 마름이 자라고 있다. 주영재 기자

지난 9월 10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용양보 습지 탐방로 옆에 지뢰 표지판이 걸린 가시철선이 있고, 그 너머로 왕버들과 갈대가 우거진 습지가 펼쳐져 있다. 연못 속에 물밤이라고도 불리는 마름이 자라고 있다. 주영재 기자

탐방로 중간에는 지난해까지 안 보이던 외래종인 가시박 덩굴이 올라와 있었다. 가시박 잎에 덮인 나무와 풀은 광합성을 못 해 고사한다. 주변 다른 식물의 발아를 저해해 생태계의 건강지표인 종 다양성에 악영향을 준다. 황 해설가는 “아직 외래 식물이나 생태 교란 식물은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탐방객이 늘고 공사를 하는 중에 외부 흙이 들어오면서 작년부터 여기저기 가시박 덩굴이 보인다”고 걱정했다.

DMZ는 1953년 정전협정으로 군사분계선을 따라 남북이 각각 2㎞씩 후퇴해 설정된 지역이다. 적대 행위를 막기 위한 완충지대의 역할을 한다. 군사분계선에서 2㎞ 남쪽은 남방한계선으로 여기를 따라 철책이 깔려 있다.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은 군사분계선 이남 10㎞ 이내에 설정된다. 실제 위치는 지형에 따라 다르다.

DMZ는 1953년 정전협정으로 군사분계선을 따라 남북이 각각 2㎞씩 후퇴해 설정된 지역이다. 적대 행위를 막기 위한 완충지대의 역할을 한다. 군사분계선에서 2㎞ 남쪽은 남방한계선으로 여기를 따라 철책이 깔려 있다.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은 군사분계선 이남 10㎞ 이내에 설정된다. 실제 위치는 지형에 따라 다르다.

DMZ 일원은 생물다양성의 보고, 습지는 탄소저장고

DMZ와 민통선을 포함한 DMZ 일원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어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울창한 원시림일 거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 실제 원시림에 가까운 곳은 강원도의 향로봉산맥 주변이나 백두대간 동쪽의 남강 상류에서 주로 볼 수 있고, 대부분 지역은 군사 활동에 따른 인위적인 산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불에 타고 다시 자라기를 반복해 나무의 나이가 어린 숲이 많고,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같은 참나무류가 주를 이룬다. 곳에 따라 아까시나무가 섞여 있다. 습지에는 오리나무, 신나무, 버드나무 등이 자라고 나머지는 풀밭으로 덮여 있다.

이런 식생은 오히려 성숙한 산림에 비해 더 풍부한 먹이를 제공해 초식성 야생동물에게 천국과 같은 곳이 됐다. 습지에는 어류와 양서류 및 파충류도 살 수 있다. 최근 국립생태원의 조사에 따르면 DMZ 일원의 면적은 1552㎢로 국토의 1.5%에 불과하나 여기서 확인된 생물은 6942종으로 국내 출현종의 24.1%에 달한다. 특히 멸종위기종은 108종이 발견돼 전국 279종의 38.7%를 차지했다. Ⅰ급만 산양, 사향노루, 작은관코박쥐, 수달, 두루미, 흰꼬리수리, 검독수리 등 7종이다. 비무장지대는 한마디로 한반도 생태축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셈이다.

DMZ 일원 중 파주·연천·철원으로 이어지는 서쪽은 평야와 습지가, 백두대간이 지나는 동쪽은 험한 산악 숲이 중심이다. 조도순 가톨릭대 명예교수(전 국립생태원장)는 특히 습지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조 교수는 “비무장지대의 반 정도는 (논이었다가 사람이 떠나면서 습지가 된) 묵논습지 아니면 하천습지인데, 물에 잠긴 낙엽은 산소가 부족해 분해되지 않고 바닥에 쌓이면서 습지가 탄소저장고가 된다”면서 “습지 자체가 매우 예쁘고, 다양한 식물과 곤충의 서식지라는 점에서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2016년 제작된 DMZ 생물다양성 지도. 국립생태원 제공

2016년 제작된 DMZ 생물다양성 지도. 국립생태원 제공

DMZ 일원 생태계는 개발의 입김에 취약하다. 멸종위기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될 수 있고, 사람의 왕래가 늘면 가시박 같은 외래종이 침범할 수도 있다. 그간 DMZ 일원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자연적인 보호막 역할을 했는데, 최근 정부가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이런 우려가 커졌다.

국방부는 6월 17일 민통선을 군사분계선에서 평균 6㎞ 안팎으로 조정해 여의도 약 90배 면적의 통제보호구역을 제한보호구역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또한 여의도 약 150배 면적의 제한보호구역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군이 군사작전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동시에, 주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지역발전을 촉진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통제보호구역은 군의 승인 없이는 들어갈 수 없고, 건물도 원칙적으로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제한보호구역은 출입이 자유롭고, 군과 협의를 거치면 건축도 할 수 있다. 제한보호구역에서 풀리면 군과 협의할 필요 없이 일반 지역처럼 개발할 수 있다. 국방부는 올 하반기 작전성 검토와 지형측량을 거쳐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미 민통선이 상당 부분 축소된 서부 지역보다 강원도 쪽의 해제 지역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상호 강원도지사가 DMZ 일원에 띠 형태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고속도로를 내겠다고 공약한 것과도 맞물린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정책의 큰 방향성만 밝힌 상태로, 해제 지역이 어디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라면서 “지역마다 민원과 지형이 달라 현장 실측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남방한계선 철책선 이남의 일정 거리를 띠 모양으로 통째로 묶어두고 주민이 살거나 농장이 있는 곳을 그때그때 풀어줬다. 앞으로는 이를 뒤집어 작전에 필요한 구역만 표시하고 나머지를 해제한다. 여의도 240배라는 말은 그렇게 계산했을 때 그 정도를 해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률적으로 2㎞를 올린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지역에 따라 해제되는 면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DMZ 규제 완화, 4대강보다 더 심각한 문제

민통선 일원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생물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산양(멸종위기 Ⅰ급), 큰기러기(멸종위기 Ⅱ급), 금개구리(멸종위기 Ⅱ급), 버들가지(멸종위기 Ⅱ급), 반달가슴곰(멸종위기 Ⅰ급). 국립생태원 제공

민통선 일원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생물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산양(멸종위기 Ⅰ급), 큰기러기(멸종위기 Ⅱ급), 금개구리(멸종위기 Ⅱ급), 버들가지(멸종위기 Ⅱ급), 반달가슴곰(멸종위기 Ⅰ급). 국립생태원 제공

민통선 조정을 정부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오히려 특별한 희생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년 넘게 파주 민통선에서 생태조사를 해온 김승호 DMZ생태연구소장은 “규제를 풀면 이곳에 어떤 산업이 들어오겠어요. 도시에서 할 수 없는 산업만 들어와요. 여태까지 그래왔어요.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피해를 또 주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경관과 정주 요건을 해쳐 사람을 오히려 떠나게 만드는 개발만 이뤄졌다는 뜻이다.

강은주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실장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민통선에서 해제된 철원 양지리 같은 경우 제일 먼저 축산 시설이 들어왔어요. 서울에서 만나기 힘든 혐오 시설이 이쪽으로 들어갑니다.” 2012년 초소 북상으로 민통선 밖이 된 양지리에는 2016~2017년 두 해 동안 축사 39곳이 허가를 받았다.

그는 정부가 접경지역을 보는 시선이 문제라고 봤다. “정부가 접경지역을 미개발지나 쓸모없는 땅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구제역 때도 연천의 민통선 안에 돼지 사체를 쌓아뒀죠. 보기 싫은 걸 보이지 않게 치우는 공간으로 쓰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신도시 개발 등으로 파주·연천·철원 일대는 이미 한 차례 투기 바람이 휩쓸었다. 강 연구실장은 “이 지역은 부재지주가 거의 70~80%로, 땅 주인이 다 수도권이나 서울에 있는 분이에요. 개발로 결국 이득을 보는 건 땅 주인”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민통선 축소가 4대강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봤다. “이전에도 민원이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민통선을 축소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추진한 적은 없어요. 비무장지대의 생태가 복원되면서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데, 그 생태계와 환경을 어떻게 보존해야 할지 한 번도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 지역을 개발하는 게 진짜 시급한 문제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민통선 축소는 1981·1993·1997·2007년에 이은 다섯 번째다. 조 교수는 “처음에는 20㎞였다가 15㎞가 됐다가, 10㎞로 줄고 지금은 평균 8㎞에서 평균 6㎞로 줄인다고 한다. 원래 면적의 3분의 1도 안남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면적 축소보다 DMZ 일원이 맡는 완충지대로서의 기능 상실을 우려했다. 생태학에서 보호지역은 핵심구역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바깥을 감싸는 완충구역이 있어야 한다. 국립공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연보호지역이 이런 구조를 갖추고 있다. DMZ 생태계를 보호 대상으로 본다면 민통선 이북이 DMZ의 완충구역인 셈이다. 민통선이 올라가면 완충지대가 축소되고,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결국 좁은 띠(DMZ) 하나만 남게 된다. 자연이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DMZ도 실제로는 4㎞ 폭이 안 되는 곳이 많다.

재두루미들이 강원 철원군 민통선 내 철원평야에서 낙곡을 먹고 있다. 재두루미는 천연기념물 제203호다. 강윤중 선임기자

재두루미들이 강원 철원군 민통선 내 철원평야에서 낙곡을 먹고 있다. 재두루미는 천연기념물 제203호다. 강윤중 선임기자

접경지 주민 역시 민통선 축소를 좋게만 보지는 않았다. 지난 9월 11일 3사단 검문소를 통과해 들어간 철원군 이길리 주민들은 오히려 초소 바깥 마을이 되는 것에 반대했다. 주민 박영숙씨(77)는 “(군이 지키니) 도둑도 안 들어오고, 통제받는 것은 좀 불편하지만 그냥 집 비워놓고 문도 안 잠그고 여행까지 갔다 와도 안심하고 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길리 바로 옆 양지리 DMZ두루미평화타운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농번기에 검문소를 통과하려고 줄을 서는 불편함 때문에 민통선 북상에 찬성했다. 다만 “청정지역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축사가 들어오는 건 절대 반대”라고 했다. 철원두루미운영협의체 회장을 맡고 있는 김종연 이길리장은 “청정지역이라고 온 관광객들이 차에서 내리면 축사 냄새를 맡을까 걱정된다”면서 “분명히 저 초소가 없어지면 편한 점도 있지만, 그 편함을 조금 포기하고서라도 이곳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을 바로 옆을 흐르는 한탄강과 주변 평야는 멸종위기종인 두루미의 주요 서식지다. 겨울마다 두루미를 보려고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30년 전만 해도 이길리 마을은 두루미 보호에 부정적이었다. ‘새는 살아야 하고 사람은 죽어야 하냐’는 펼침막이 걸릴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인식이 바뀌었다. 주민들이 나서서 두루미가 월동할 수 있도록 볏짚을 썰어 깔고 이삭을 남긴다. 두루미를 보러온 이들에게는 따뜻한 차와 음식을 대접했다. 어느덧 두루미가 마을의 가장 큰 자산이 된 것이다. 두루미를 활용한 생태관광 사업으로 마을의 미래를 도모하고 있다.

주민의 보호 활동 덕에 겨울마다 이곳을 찾는 두루미의 수는 지난 20년 사이 수천마리 수준으로 증가했다. 철원의 경우 두루미 833~1023마리, 재두루미 2766~4469마리가 찾고, 철원보다는 조금 적지만 연천에도 많은 수의 두루미가 찾는다. 전 세계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절반 이상이 두 지역에서 월동한다.

두루미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마을도 있다. 파주시 오금1리이다. 이곳에선 자유로가 사실상 민통선 역할을 한다. 도로 밑에 영농을 위한 출입로가 지나고,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다. 장원순 이장(53)은 어린 시절 들판에 내려앉던 두루미를 기억한다. 자유로가 생긴 이후 두루미가 거의 오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대형트럭이 내는 소음과 논 위를 가로지르는 전선이 원인으로 꼽힌다.

관광객들이 강원도 철원군 용양보를 탐방하고 있다. 황종현 제공

관광객들이 강원도 철원군 용양보를 탐방하고 있다. 황종현 제공

오금리 주민들은 DMZ생태연구소와 함께 두루미 서식지 보호 활동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마을에서 마주치는 동식물을 찍어 연구소와 공유하면서 생태조사 활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생태탐방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장 이장은 “조합에서 겨울철 먹이 주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추수 후 볏짚을 썰어놓고 물을 가둬 철새가 월동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고 있어요. 가장 바라는 건 두루미가 다시 올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DMZ 생태계 보호 공론화 시작해야

주민이 원하는 보상이란 개발이라는 말로 뭉뚱그릴 수 없는 다양한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일이다. 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한 환경 보존과 인프라 지원, 버스를 타려면 1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열악한 대중교통 환경의 개선 등이다. 개발이 필요한 곳과 보존해야 할 지역, 지역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먼저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런 소통 과정 없이 일방적인 규제 완화만 추진되고 있다는 게 주민과 전문가가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문제점이다.

정일영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군사적 규제가 자연 생태를 보장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해제되면서 생태 보존을 위한 보호장치가 없는 상황이 역설적으로 발생했다”면서 “자연생태 환경과 역사·문화 유산에서 우리가 보존할 부분이 뭐가 있을지 주민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연구실장은 생태조사와 함께 군부대 이전에 따른 지뢰 제거, 오염 정화가 먼저라고 했다. “주민 얘기 들어보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농지나 논둑에서 지뢰가 터지는 일들이 있어요. 중요한 건 공간을 나누는 거예요. 절대보전지역이 있어야 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할 수 있는 지역이 있어야 하고, 때론 개발이 필요한 지역도 있을 수 있겠죠. 그런 구분 없이 일단 해제하고 데이터센터를 유치한다, 태양광을 건설한다는 건 무책임하죠.” 그는 국방부와 기후환경부, 시민단체, 주민이 포함된 거버넌스를 꾸려 느리더라도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MZ 일원 생태조사 34년의 역사. 국립생태원 자료 재가공

DMZ 일원 생태조사 34년의 역사. 국립생태원 자료 재가공

DMZ 일원 생태계의 밀도. 국토의 1.5%에 불과한 땅에 멸종위기종의 38.7%가 살고 있다. 국립생태원 자료 재가공

DMZ 일원 생태계의 밀도. 국토의 1.5%에 불과한 땅에 멸종위기종의 38.7%가 살고 있다. 국립생태원 자료 재가공

조 교수는 비무장지대 자연을 보호할 법적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현재 DMZ에 적용되는 보호 규정은 환경부의 자연유보지역이 유일하다. 그는 “통일 후 2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개발이 안 되게끔 한 것인데 자연을 위한 보호장치가 아니다. 통일되면 군사시설 보호구역도 사라진다. DMZ가 영구적으로 개발되지 않도록 완전한 보호지역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환경보전법의 생태·경관보전지역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핵심·완충·전이 구역으로 나뉘는데 비무장지대는 핵심구역, 민통선 지역은 완충구역, 그 아래쪽은 전이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무장지대 보전을 위해 천연보호구역, 명승, 국립공원 등 자연보호지역 지정이 우선 필요하다. 이런 국내법적 보호가 있어야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이 가능하다.

현재 파주를 제외하고 DMZ 일원은 모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는데, 북한의 반대로 비무장지대는 빠져 있다. 보전과 발전을 함께 이루는 생물권보전지역과 달리 세계유산은 보전 중심이다. 가능한 원형 그대로를 보존할 의무를 진다.

조 교수는 통일 후에도 비무장지대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지뢰와 철조망을 그대로 두고, 남북을 잇는 도로와 철도는 터널과 다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DMZ의 지뢰를 제거하려면 일단 나무를 다 베어내고 땅을 몽땅 갈아 엎어 지뢰를 폭파하는데, 그렇게 하면 그 땅은 불모지가 되는 거죠. 동식물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그게 통일이 되고 나서 우리가 바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 확정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 계획도 비무장지대 바로 옆 장단반도 민통선 지역을 통과하지 말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선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 이후 DMZ는 동서를 잇는 ‘녹색띠’로 남아야 한다. 분단과 대립의 역사를 성찰하고, 자연의 소중함, 치유력을 보여주는 현장이 돼야 한다. 정 연구원은 독일의 그뤼네스 반트(Grünes Band·녹색 띠)를 사례로 들었다. 독일은 통일 직후인 1989년 12월 옛 동서독 국경 1393㎞를 그뤼네스 반트로 보전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환경단체가 제안한 구상을 연방정부가 받아들여 2005년 국가 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1200종 넘는 멸종위기종이 사는 이 띠는 2023년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도 올랐다.

정 연구원은 “독일에서도 통일 이후 접경지역을 개발하려는 논리가 강하게 작용했지만,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생태·평화 보전지역을 구축해 접경지역을 자연보호와 독일 분단의 역사를 기억하는 장소로 보존한 바 있다”면서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접경지역의 진정한 가치를 어떻게 지역 발전과 함께 보전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접경지역 지자체와 주민, 관련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을 새롭게 수립하는 작업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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