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걸고, 압박 미루고”…정비사업 이주 현장 ‘복잡한 속내’

박세아 기자 2026. 9. 2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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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현 2구역 이주 개시 앞두고 명도 소송 예고
은마아파트 상가 세입자 이주비 보상 요구 갈등 점화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사진 제공=뉴시스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정비 사업장에서 이주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조합과 세입자 간 갈등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공사비와 금리 인상 등 비용 부담이 커진 조합들은 이주 지연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법적 장치(명도소송)를 걸어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단지별 상황에 따라 회유, 유예, 충돌 등 다양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4월 23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오는 11월 9일 이주 개시를 앞두고 구역 내 거주자와 점유자를 대상으로 명도소송을 순차적으로 접수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이주 기간 내에 집을 비우는 세대에 대해서는 이주 완료 확인 즉시 소를 취하하고 소송비용도 청구하지 않지만, 이주를 지연할 경우 손해배상과 법원 강제집행 비용까지 부담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날로 치솟는 공사비 부담 속에 신속한 이주로 사업 지연을 막고 조합원 전체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4424가구 규모의 은마아파트는 지난 7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직후 세입자 전원을 상대로 명도소송과 가처분, 손해배상 소송을 선제적으로 예고했다. 하지만 사업시행인가 이후 이주 관련 후속 절차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상가 세입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은마종합상가 비상대책위원회는 권리금과 생계 대책 등을 감안한 1억원 안팎의 이주비 보상을 요구하며 상가 곳곳에 ‘정당한 보상 없이 쫓겨날 수 없다’는 내용의 벽보를 내걸고 대응에 나섰다.

지난 7월부터 이주가 시작된 620세대 규모 강남구 도곡동의 재건축 단지의 경우도 이주 초기에는 여러 잡음이 있기도 했지만 현재는 비교적 순차적으로 이주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이 단지 역시 명도소송을 이미 걸어둔 상태지만 실제 초기 이주 과정에서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이사비 부담을 요구하는 실랑이가 있었다.

현재는 강남 학군지에서 수능을 앞두고 이주가 시작된 만큼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를 감안해 이주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어느 정도는 유예해줘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다. 은마에 비해 단지 규모가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큰 갈등 없이 협의 하에 절차가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재건축은 재산권을 우선시하는 사적 영역의 사업이라 세입자에 대한 손실보상 절차 자체가 없다”며 “몇 세대라도 이주가 늦어지면 전체 사업 일정이 지연되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소송을 미리 걸어두고 자진 이주 시 취하하는 방식은 정비사업에서 오래전부터 써온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공사비, 재초환 부담금 등 각종 비용이 크게 오른 상황이라 조합 입장에서 세입자에게 별도 보상금까지 얹어주는 걸 고려하기 더욱 어렵다”며 “이주가 지연될 때 발생하는 추가 비용까지 감안하면, 조합으로서는 세입자에게 줄 수 있는 여력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해 관계자 간 갈등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세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