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업 근로손실 44만일, 이미 작년 기록 넘어

윤상진 기자 2026. 9. 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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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N% 성과급 파업’ 영향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삼성전자 파업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뉴스1

파업으로 인한 올해 근로 손실 일수가 이미 작년 한 해 수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노조가 ‘영업이익 N% 성과급’을 둘러싸고 파업을 잇따라 벌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으로 노조의 파업 사유가 넓어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0일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근로 손실 일수는 44만1343일로 집계됐다. 근로 손실 일수는 파업 참가자 수에 파업 시간을 곱한 뒤 하루 근로 시간(8시간)으로 나눈 수치다. 올 8월까지의 근로 손실 일수가 지난해 전체(39만3744일)를 넘어섰다. 현 추세대로라면 2017년(86만일)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앞으로 하청 노조의 원청 상대 파업이 본격화하면 근로 손실 일수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민주노총 산하 하청 노조들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하청의 원청상대 파업 본격화 땐 ‘근로손실 일수’ 더 늘어날 수도

민주노총 카카오지회 조합원들과 연대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6월 1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광장에서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올해 근로 손실 일수가 급증한 것은 일부 대기업 내부의 ‘성과급 갈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방식을 제도화한 뒤 삼성전자 등 다른 대기업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나왔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현대자동차, 카카오 등에서는 실제 파업으로 이어졌다. 현대차의 경우 파업으로 인한 매출 차질이 업계 추산 2조3000억원에 달했다. 과거 임금 협상에서 부수적 항목이었던 성과급이 올해는 노사 갈등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성과급 투쟁이 파업으로까지 번진 배경엔 노란봉투법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대상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넓혔다. 노조가 ‘N% 성과급’ 등 쟁의 대상에 해당되는지 논란이 있는 사안까지 요구안에 넣을 여지가 생긴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또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도 제한하고 있다. 협상이 풀리지 않을 경우엔 파업 카드를 꺼내 들기도 쉬워진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경영상 결정을 노동쟁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면서도 ‘N% 성과급’과 배치 전환 등이 어디까지 쟁의 대상이 되는지 기준을 명확히 정하지 않았던 점”이라며 “결국 노사가 갈등과 파업, 법정 다툼을 거쳐 기준을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성과급뿐 아니라 해외 공장 신설, 공장 이전 같은 경영상 결정까지 노조 요구안에 포함되면서 협상이 어려워지고 노사 갈등이 커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제조 대기업 관계자는 “노조가 올해부터 해외 공장을 짓거나 신기술을 도입하는 경우엔 두 달 전부터 자신들과 협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투자나 생산 계획까지 교섭 의제로 요구하며 부분 파업을 하고 있어 어느 해보다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혼란이 계속되자 노동부는 이달 초 “기업 이익에 연동한 성과급과 경영상 결정 자체는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는 지침을 내놨다. 하지만 행정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경영상 결정으로 배치 전환 등이 구체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는 교섭 대상에 포함돼 기준이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포스코 노조가 영업이익 연동 대신 기본급 600%를 격려금으로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것처럼, 산정 방식이나 명칭을 바꾸는 식으로 ‘영업이익 N% 성과급’에 버금가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처럼 노사 갈등과 파업이 장기화하면 국가적인 경제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위상 의원은 “노란봉투법이 당초 취지와 달리 산업 현장의 분쟁을 오히려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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