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前 소득 평등도 1위 韓, 세금 내고 연금 받으면 22위 급락

세종=정순구 기자 2026. 9. 21.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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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조세·복지 제도를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가 17.6%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하위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소득은 가구가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내거나 정부로부터 연금·지원금을 받기 전, 일이나 사업·재산으로 벌어들인 소득을 말한다.

반면 한국은 고령층이 계속 일해 생활비를 충당하는 경우가 많고, 연금과 정부 지원금이 소득을 보완하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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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복지제도 재분배 기능 취약
개선율 29개중 28위로 최하위권
“효과적 재분배 위한 정책 필요”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화폐수납장에서 관계자들이 추석 화폐 공급을 하고 있다. 2026.09.15.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의 조세·복지 제도를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가 17.6%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하위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금과 연금, 지원금 등을 반영하기 전 소득 평등도는 1위였지만, 이를 반영한 후에는 22위까지 밀렸다.

20일 OECD 소득분배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3년 한국의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392로 비교 가능한 29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시장소득은 가구가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내거나 정부로부터 연금·지원금을 받기 전, 일이나 사업·재산으로 벌어들인 소득을 말한다. 지니계수가 0에 가까울수록 국민 간 소득 격차가 작고, 1에 가까우면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한국의 시장소득은 가장 고르게 분배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가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은 달랐다. 정부가 시장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빼고 공적연금과 각종 현금성 지원을 더한 소득을 ‘가처분소득’이라고 한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23(22위)으로 시장소득 기준보다 낮았다. 세금과 현금성 지원이 소득 격차를 어느 정도는 줄였지만, 그 폭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작았다. 한국의 지니계수는 0.392에서 0.323으로 17.6% 낮아졌는데, 조사 대상국 평균 개선율(34.4%)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개선율 순위는 29개국 가운데 코스타리카(12.1%) 다음으로 낮은 28위였다.

고령층에서는 재분배 효과가 더 부진했다. 한국의 66세 이상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80으로 시장소득 지니계수(0.540) 대비 29.6% 개선됐다. 그러나 개선율 순위는 28위에 그쳤고, 지니계수 감소 폭(0.160)은 조사 대상국 중 가장 작았다.

유럽 국가들은 은퇴해 근로소득이 끊기더라도 공적연금이 이를 상당 부분 대신한다. 반면 한국은 고령층이 계속 일해 생활비를 충당하는 경우가 많고, 연금과 정부 지원금이 소득을 보완하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표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성장의 과실이 일부 계층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조세·복지 제도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 박지원 분석관은 최근 ‘개인소득세의 누진성과 소득재분배 효과’ 보고서를 통해 “향후 소득세 정책 논의는 소득세 부담 수준과 과세 기반을 고려해 재분배 기능이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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