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엔비디아 천하’ AI칩, 국산 상용화 첫발… “의존 낮출 선택지 기대”

전혜진 기자 2026. 9. 21.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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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가 SK텔레콤의 4개 AI 서비스에서 주요 기능을 맡아 하루 40억 개 넘는 토큰(AI의 데이터 처리 단위)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SK텔레콤과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따르면 리벨리온 NPU ‘아톰맥스’는 SK텔레콤 AI 에이전트 ‘에이닷’의 통화 요약·음성 합성, AI 고객센터, 스캠뱅가드 등 4개 서비스의 주요 연산에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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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론’ 특화한 리벨리온 NPU
SKT 4개 AI서비스 주요기능 맡아 하루 1400만건 이용자 요청 해결
칩 주권 경쟁속 해외의존도 줄여… “韓 독자 AI생태계 구축 가능성 높여”
8일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의 서울 강서 데이터센터에서 한 관계자가 국산 AI 반도체(NPU) 기반 서버를 시연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가 SK텔레콤의 4개 AI 서비스에서 주요 기능을 맡아 하루 40억 개 넘는 토큰(AI의 데이터 처리 단위)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 요약부터 미끼 문자 탐지까지 하루 약 1400만 건의 이용자 요청을 소화하고 있다. 국산 칩이 AI 고객 서비스의 핵심 연산을 담당하면서 한국의 독자 AI 생태계 구축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상용화 첫발 뗀 ‘소버린 AI 칩’

20일 SK텔레콤과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따르면 리벨리온 NPU ‘아톰맥스’는 SK텔레콤 AI 에이전트 ‘에이닷’의 통화 요약·음성 합성, AI 고객센터, 스캠뱅가드 등 4개 서비스의 주요 연산에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에이닷 통화 요약에 처음 사용된 뒤 올 6, 7월 적용 대상을 넓혔다.

NPU는 학습을 마친 AI가 이용자 질문에 답을 내놓는 ‘추론’에 특화한 칩이다. 학습과 추론에 두루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비교할 때 알맞은 추론 작업에서는 전력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SK텔레콤이 서비스 특성에 맞춰 GPU와 NPU를 나눠 사용하는 이유다. 이 회사는 올 6월부터는 통화를 한 줄로 요약하고 AI 답변을 문장 단위로 읽어주는 기능에 아톰맥스를 적용했다. 이어 상담 내용을 정리·검색하는 AI 고객센터와 미끼 문자를 가려내는 스캠뱅가드에도 국산 칩을 투입했다.

국산 AI 칩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외산 칩 의존도를 낮출 선택지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첨단 AI 모델의 발전 속도를 줄이자는 ‘AI 감속론’을 제기한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 대한 첨단 AI 칩 판매를 막아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이처럼 칩과 AI 모델 접근이 언제든 막힐 수 있다는 우려에 세계 각국은 감속론과 관계없이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회준 KAIST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장은 “외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면 상대의 변화에 따라 전체 AI 생태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그동안 실험실에 머물던 국산 AI 반도체가 이번에 드디어 상품, 제품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 거세지는 AI 칩 주권 경쟁

국산 AI 칩의 상용화 속도를 높이려면 후속 칩도 검증 관문을 넘어야 한다. 동아일보는 8일 차기 NPU인 ‘리벨100’ 상용화를 준비하는 서울 강서구 마곡 리벨리온 데이터센터를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찾았다. 3층 서버실은 소음이 77.5dB까지 치솟아 목소리를 높여야 대화할 수 있을 정도였다. 엔지니어가 리벨100 8장을 시험 서버에 꽂자, 30분쯤 뒤 화면에 서버와 카드가 정상 인식됐다.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얹은 칩이 고객사 투입을 앞두고 시험 중이었다.

이런 검증과 운영 경험이 쌓일수록 현장에서 적용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SK텔레콤이 지난해 12월 에이닷에 국산 NPU를 처음 적용하기까지 약 5, 6개월이 걸렸지만 올해 적용처를 추가할 때는 2, 3개월로 기간이 줄었다.

자국의 AI 기반을 갖추려는 ‘소버린 AI’ 경쟁에서도 칩을 만들고 쓰는 역량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동아일보가 미국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소버린 AI 인덱스’를 분석한 결과, 엔비디아는 올 6월 말 현재 글로벌 정부 지원 인프라 AI 사업 117건의 45%에 GPU를 공급하고 있었다. 세계 각국이 자국 AI를 내세우지만 정작 이를 돌리는 칩은 외국 기업에 기대는 것이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한국은 AI 반도체를 만들 능력이 있지만 양산과 상용화 부분에서 뒷심이 약한 상태”라며 “공공이나 대기업이 초기 고객이 되어 국산 AI 칩 생산 기업들이 납품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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