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든 공장이든 따질 상황 아냐”… AI 데이터센터 반기는 ‘님비’ 없는 동해

변은샘 2026. 9. 21. 04:3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 3강을 목표로 전국에 AI 데이터센터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동해에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GS그룹 측이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상무의 설명대로라면 AI데이터센터 건설은 동해 사람들에게 이익만 남고 손해는 없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거래였다.

문 닫을 날만 기다리던 동해의 석탄발전소 앞에 등장한 AI 데이터센터가 기사회생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먼저 온 미래를 가다]
<1회: 님비가 사라진 도시>
亞 최대 AI 데이터센터 예정지 동해 르포
“건설 7만명·세수 200억” 장미빛 청사진
인구감소 도시에 “사람 온다” 절박한 기대
전력·물 부족과 환경 오염…불안한 청구서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 3강을 목표로 전국에 AI 데이터센터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에는 대가가 따른다. 한국일보는 앞으로 데이터센터가 지어질 국내 현장과 우리나라보다 앞서 데이터센터를 경험한 해외 4개국을 심층 취재해 인간과 환경·AI가 공존할 수 있는 조건을 모색해 봤다.
10일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쌍용E&C 동해 공장에서 연기가 뿜어 나오고 있다. 동해=박시몬 기자

미래 먹거리인가, 기피시설인가.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AI 데이터센터(AIDC)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본보 취재팀은 지역의 시선에서 이 문제를 깊이 살펴보고자 강원도 동해시로 향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게 될 인구 8만여 명의 작은 도시다. 동해의 이야기를 통해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마저 사라진 지역의 주민들이 데이터센터에 거는 절박한 기대와 걱정을 기록했다.

“밀기울이 뭔지 알어? 밀 껍데기 벗겨 놓은 거. 춘궁기 때 여기 살면서 밀기울로 죽 한 번 안 끓여 먹은 사람 몇 없어.”

강원 동해시 토박이 김성수(79)씨는 ‘옛 마을 풍경을 기억하느냐’는 물음에 대뜸 밀기울 얘기를 꺼냈다. 해방되고 6·25전쟁이 끝난 후 산업화 바람이 불 때도 동해는 가난했다. 김씨가 나고 자란 추암동은 푸른 보리밭과 누런 논 사이 이웃들이 부대껴 살던 농촌이었다. 탐낼 만한 게 보여야 욕심도 생기는 법인데 사방이 논밭이고 농사꾼뿐이었으니 아이들은 배를 주려도 크게 불평하지 않았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때마다 동해 사람들을 먹고살게 해준 산업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철광석 개발에서 시작해 시멘트 공장(현 쌍용C&E)이 들어섰고, 석탄화력발전소가 세워졌다. 김씨가 스무 살 될 무렵 들어온 대형 시멘트 공장은 도시 풍경을 바꿨다. 월급날이면 북평장터와 묵호항 술집엔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김씨의 말마따나 “쌍용 유니폼 입고 가면 외상도 그냥 해주던 시절”이었다. 다만 호황이 늘 오래가는 것은 아니었다.

김씨의 고향에는 이제 또 다른 먹거리 산업이 들어올 참이다. 이번엔 굴뚝 대신 서버가 있는 AI 데이터센터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파란색도, 빨간색도 ‘장밋빛 AI 미래’

10일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북평산업단지 내 GS 석탄화력발전소와 데이터센터 부지가 내려다 보이고 있다. 동해=박시몬 기자

동해시 북평장터의 추어탕집 사장 이재호(86)씨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TV 뉴스를 볼 때마다 데이터센터 이야기가 나왔다”고 떠올렸다. 후보자의 옷 색깔이 파랗든 빨갛든 무관했다. 강원 지역 도지사와 시장 출마자 중 15명이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전국 광역시 16곳 가운데 가장 많았다. 그들은 강원도가 딱 맞는 장소라고 했다. 전기를 잔뜩 먹는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댈 수 있는 발전시설이 이미 있는 데다 나무로 빽빽한 숲도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석탄 대신 나무를 태워 전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선거가 끝나자 더 확실한 소식이 들렸다. 6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 동해시가 포함됐다. 30여년 간 빈 땅으로 놀리던 북평산업단지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투자액은 30조 원, 장비까지 합치면 120조 원이라고 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강원도는 한국의 ‘AI 데이터센터 수도’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제 동해에서 데이터센터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AI 데이터센터란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키고 구동하는 데 꼭 필요한 대규모 전산 시설. 챗GPT 같은 AI가 학습하고, 사용자의 질문에 실시간 답을 내놓는 일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AI가 산업과 일상 전반에 퍼지면서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문제로 떠올랐다.

열하루 뒤인 7월 10일 오전, 임기를 막 시작한 동해시의회 의원 8명이 의회 2층 소회의실에 모여 앉았다. 6명은 처음 시의원 배지를 단 사람들이었다. 동해에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GS그룹 측이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말쑥한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자신을 ‘김 상무’라고 소개했다. GS동해전력 소속이었다. 그는 동해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았다. 산자락 한복판에 서버 시설이 가득 들어선 조감도 한 장을 보여주고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김 상무가 가장 먼저 꺼낸 얘기는 ‘사람’이었다.

“데이터센터 공사기간이 약 2년입니다. 건설 노동자만 누적 인원으로 7만 명 정도는 투입될 겁니다. 다 지으면 기술자 등 약 2,000명이 이 도시로 들어올 거고요.”

사람이 온다고 했다. 인구감소관심지역인 동해로선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없었다. 8만5,000명이 사는 이 소도시에서는 지난해에만 인구 1,183명이 줄었다. 매달 약 100명씩 사라진 셈이다.(①) 김효섭 의원은 “시민 4명 중 1명꼴로 노인(65세 이상)인 지역에 10명이든, 20명이든 새 사람이 온다는데 환영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얼어붙은 동해 경기가 활기차게 돌아가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했다.

김 상무의 ‘장밋빛 브리핑’은 1시간 남짓 이어졌다. 그는 “데이터센터가 1년에 동해에 내는 세금이 200억 원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해시의 연간 세수가 580억 원 정도(2025년 지방세 기준) 되니 200억 원은 엄청난 액수였다. 세금뿐 아니라 강원권 대학에 AI 데이터센터학과를 만들어 전문가도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브리핑이 끝나자 회의실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감도 오지 않는 큰 숫자들이 지나간 터라 의원들은 서로의 표정을 살폈다. 정적을 깬 건 김 의원이었다.

“데이터센터를 돌리면 전력이 엄청 든다던데… 어떻게 다 댈 수 있겠습니까?”

상무는 막힘없이 답변했다. 전력은 기존 변전소에서 끌어오면 된다고 했다. 주민들이 마뜩잖아할 송전탑을 마을 곳곳에 세울 일도, 선로를 새로 깔 일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었다.(②) 게다가 상무의 회사는 데이터센터 부지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가동률 30%에 머물던 발전소의 남은 용량은 필요하면 끌어올 수 있는 ‘전력 대기조’였다.

시의원들에게는 전기보다 물이 더 걱정이었다. AI 데이터센터를 식힐 냉각수는 어디서 구할 것인가. 대관령 동편 사람들에게 물 부족은 악몽 같은 기억이다. 지난해 여름 극한 가뭄 탓에 강릉의 논바닥은 쩍쩍 갈라졌고 삼척과 정선의 산간 마을 주민들은 급수차가 실어다 주는 물로 하루를 버텼다. 동해의 사정은 이보다는 나았지만 공무원들이 상수원인 달방댐 수위를 매일 들여다보며 잔뜩 긴장한 여름을 보내야만 했다.

김 상무는 근심 섞인 표정을 한 의원들을 안심시키려는 듯 ‘첨단 기술’을 언급했다. “물은 데이터센터 운영 초반에만 들어가고 2단계부터는 거의 안 들어갈 겁니다. 공랭식으로 데이터센터를 식히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어서요.” 서버를 물 대신 선풍기나 에어컨처럼 차가운 공기로 식히겠다는 설명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열섬현상과 소음, 진동 등 AI데이터센터가 초래한다고 알려진 문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상무는 시종일관 “다 검토해봤다”거나 “대안이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데이터센터가 유발할 소음에 대해 물으니 ’45데시벨(㏈)쯤 될 것’이라고 했다”고 기억했다. 도서관의 소곤거림이나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쯤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③) 상무의 설명대로라면 AI데이터센터 건설은 동해 사람들에게 이익만 남고 손해는 없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거래였다.

브리핑을 신호탄 삼아 GS의 속도전이 시작됐다. 곧 건축심의에 착수했고 전력계통영향평가도 통과했다. 강원도는 인허가 속도를 높이기 위해 ‘패스트트랙 협의체’도 꾸렸다. 첫 단계인 100메가와트(㎿) 시설은 이르면 11월 착공한다.

의원들 사이에선 “그래도 대기업이 한다니 믿고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시의회에서 의장을 제외하면 유일한 재선인 최이순 의원이 말했다.

예전에 발전소, 공장이 하나 들어설 때마다 목욕탕이 있는 건물이나 복지회관 같은 걸 지어줬어요. 제가 시장한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말자고 했죠. 이를테면 데이터센터 순이익의 10%는 달라고 하자고요. 우리 시에 1,000억 원은 떨어질 수 있도록.”

10일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쌍용E&C 동해 공장 인근에서 대형 트럭들이 이동하고 있다. 시멘트 공장은 동해 경제를 오랫동안 지탱해왔다. 동해=박시몬 기자 simon@hankookilbo.co

주민들의 기대 “사람들 좀 쏠쏠히 오겠구나”

데이터센터 부지에서 차로 5분 떨어진 곳에는 추암해변이 있다. 바다 위로 불쑥 솟은 촛대바위로 유명한 장소다. 이곳에서 10년째 편의점과 모자가게를 하는 임혜자(73)씨는 상점 유리창문에 손글씨로 적은 종이를 붙여 놨다.

‘방 있읍니다. 반값 세일 펜션 7만원’

임씨의 건물에는 네 평(13.22㎡)짜리 달방이 4개 있는데 지금은 모두 비어 있다. 요즘엔 하루치기 펜션으로 내놓고 있다. 도통 웃을 일 없던 임씨의 입가에 모처럼 미소가 번졌다.

“아이고, 10년 전 석탄발전소 지을 때는 공사장 인부들이 방을 다 채우고도 남았어요. 밤에는 술과 담배 사가고, 주말이면 가족들이 찾아와 밀짚모자 같은 기념품도 구입했죠. 테레비(TV)에서 보니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공사도 길게 해야 한다대요? 이제 사람들이 쏠쏠하게 오겠구나 싶어 안심되지요.”

지난달 28일 강원 동해시 추암해변의 임혜자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에 ‘펜션 반값 세일’ 손글씨로 적어놓은 종이가 붙어있다. 동해=변은샘 기자

기대에 찬 건 임씨만이 아니다. ‘AI 데이터센터가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며 반기는 주민이 많았다. ‘호남이 푸대접이라면 강원은 무대접’이라며 소외정서를 느끼던 지역민에게 최첨단 산업 시설이 지어진다는 건 분명 좋은 뉴스였다. 동해 사람들은 2013~2017년 북평석탄화력발전소를 지을 당시 들썩였던 동네 풍경을 떠올렸다. 북평 산단에서 만난 택시기사 장영락(65)씨는 한 한식뷔페 식당을 가리켰다.

“저기도 원래 음식을 단품으로 팔다가 점심 때마다 공사장 사람들이 300~400명이 쏟아져 오니 감당 못 해 뷔페로 바꾼 거예요. 지금이야 손님이 확 줄었지만요. 데이터센터 공사하면 수천 명이 온다던데 이제 원룸과 식당에 자리가 없어 난리통일 겁니다.

논밭에서 공단으로, 공장과 발전소로 이어진 동해의 산업사를 주민들은 기억했다. 농사꾼의 아들이었던 이재호(83)씨도 공단이 들어선 덕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다.

“공단 들어선다고 해서 논밭 팔고 나온 덕에 가게하고 살지. 안 그랬으면 평생 농사짓거나 배도 못 채울 뻔했어요. 아는 사람끼리 그런 말 한다니까. ‘화력발전소에 해마다 제사라도 지내줘야 한다’고. 조상만큼 고마우니까요.

10일 이재호씨가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북평산업단지의 송전탑 앞에 서 있다. 이씨는 산단이 들어서기 전 과동 끝마을에 살았다. 동해=박시몬 기자 simon@hankookilbo.com

청구서를 걱정하는 사람들

그렇다고 동해 주민 모두가 데이터센터를 반기는 건 아니다. ‘탄소 밥 30년 먹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한 하태성(59)씨는 요즘 불쑥불쑥 열이 난다고 했다. 그의 전 직장은 한국가스공사였다. 친환경기업으로 알고 들어갔지만 온실가스 배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었다. 2년 전 은퇴한 후 그간 진 탄소 빚을 갚겠다는 마음으로 ‘동해삼척기후위기비상행동’ 단체의 위원장을 맡았다. 하 위원장은 촛대바위에서 바라다보는 풍경이 동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강원도 풍경은 모순적이에요. 명승지인 촛대바위 뒤로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이 솟아 있고, 그 아래로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온다잖아요. 해변 오른편엔 휴양객이 머무는 리조트가 있고요. 데이터센터로 소음 나고(열섬현상 탓에) 뜨거워지면 사람들이 과연 올까요?”

일부 주민과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미심쩍게 바라봤다. 첨단 AI 데이터센터는 결국 관리도 사람이 아닌 AI에 맡겨질 테니 실제 주민에게 돌아가는 일자리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④) 하 위원장이 말했다.

8월 27일 하태성 동해삼척기후위기비상행동 위원장이 동해 추암해변의 촛대바위를 가리키고 있다. 동해=변은샘 기자

“가스공사 삼척기지본부에서 일하는 150여명 중 진짜 삼척 사람은 열 손가락에 꼽혀요. 울진의 핵발전소에 현지인 몇 명이 취업했겠어요? 기껏해야 청소 용역이나 경비 일 같은 임금 낮은 자리에 채용했겠죠.”

데이터센터의 등장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GS동해전력의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은 20~30% 수준. 수도권까지 이어지는 송배전망이 부족해 전력을 생산해도 보낼 길이 없었다. 게다가 정부는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며 2040년까지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60기를 단계적으로 문 닫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2.4기가와트(GW) 규모의 GS의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려면 코앞의 발전소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정부는 최근 일부 석탄화력발전소를 남겨 전력 ‘대비책’으로 쓰겠다는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문 닫을 날만 기다리던 동해의 석탄발전소 앞에 등장한 AI 데이터센터가 기사회생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데이터센터에서 쓸 막대한 물도 큰 걱정이다. 북평산단에 짓는 1단계 데이터센터(총 1.2GW)는 달방댐 물을 하루 1,500톤(t)까지 끌어 쓸 계획이다. 문제는 2단계(총 1.2GW)다. 시 관계자는 “2단계는 아직 부지도 정해지지 않아 구체적으로 용수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며 “지금 공업용수관으로 더 댈 여력은 없다”고 했다.

대기업이 물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꺼낸 카드가 ‘공랭식 냉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해법에 고개를 갸웃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데이터센터에서 물과 전력 소비는 한쪽이 줄면 다른 쪽은 늘어나는 관계”라며 “공기로 서버를 식히려면 팬과 냉방 설비를 돌려야 해 전기는 그만큼 더 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딜레마 속에서 ‘발전소를 더 짓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위원의 설명이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하 위원장도 지역 주민들의 개발 정서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저희도 데이터센터를 무작정 반대하진 않아요. 소규모로 유치해 지역 경제를 살릴 방안이 있다면 찬성이죠. 그런데 무작정 엄청난 양의 전기를 쓰고 감당 못 할 용수를 끌어 가면서 짓는다잖아요. 데이터센터를 만들더라도 전기는 석탄화력이나 원자력보다 재생에너지를 우선으로 쓰고, 물이 부족할 땐 데이터센터가 아닌 생활용수와 식수를 먼저 공급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님비’가 사라진 지역

전력과 물 부족, 소음, 대기오염. 동해 사람들도 훗날 데이터센터가 내밀 미지의 청구서를 걱정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재고 따지기엔 지역의 형편이 녹록지 않다. AI데이터센터가 혐오시설이 돼 주민 반발이 커진 미국 등의 사례를 알면서도 외려 반기는 이유를 최 의원이 설명했다.

“지방에는 님비현상이 없어졌어요. 살던 곳이 사라질 판인데 교도소든, 공장이든, 핵발전소든 따질 상황이 아닌 겁니다. 동해 시민들도 마찬가지예요. 환경 문제 같은 걸 떠나 어떤 시설이든 오면 낫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픽=송정근 기자

지역민들이 AI 데이터센터에 거는 기대는 소박했다. 거창한 미래 먹거리보다는 건설 경기 호재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공사기간 몇 년간이라도 돈이 돌아 도시의 숨통이 트이기를 바랐다.춘궁기를 밀기울로 버텨낸 동해 사람들에게 데이터센터는 당장의 허기를 견뎌낼 또 하나의 밀기울처럼 보였다.

어떻게 취재했나
본보는 이재명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한 6월 말 이후 약 3개월 간 정부 구상의 한 축인 AI 데이터센터의 명암을 취재했다. 국내 주요 취재지로는 강원도 동해시를 택했다. 주민들이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와 주거 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드러낸 곳이어서다. 한 달 넘게 현장 방문 및 전화 취재 등을 하며 일반 주민과 택시기사, 자영업자, 시멘트 공장 노동자, 동해시의회 의원, 환경 전문가 등 26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GS그룹 측 입장도 확인해 기사에 담았다. 특히 취재팀이 직접 관찰하지 못한 GS의 동해시의회 사업설명회 내용은 당시 참석했던 복수의 시의원과 GS 측 등을 취재해 재구성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동해= 변은샘 기자 iamsam@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