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타면제 사업, 미래대응기금에 80% 몰려

송주오 2026. 9. 21.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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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거치지 않고 추진되는 사업의 총사업비 138조원 가운데 110조원이 정부가 새로 만드는 미래대응기금 사업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이데일리가 2027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첨부서류를 전수 분석한 결과, 내년 예타를 거치지 않는 사업은 72건, 총사업비는 138조 256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면제 사업 72건 중 26건이 미래대응기금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110조원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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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면제 37건→72건…기금 사업 4배 이상 급증
미래대응기금 사업, 대부분 국무회의 의결로 처리
대형 사업 사전 검증 공백 우려
“전문적 검토 받아 보완할 장치 필요”

[세종=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내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거치지 않고 추진되는 사업의 총사업비 138조원 가운데 110조원이 정부가 새로 만드는 미래대응기금 사업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가 사업의 경제성을 사전에 확인할 수단이 줄어드는 데다 이후 규모가 커져도 타당성을 다시 따질 절차가 없어 재정 검증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전력망 등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한 사업까지 예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워 사업별로 면제의 타당성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20일 이데일리가 2027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첨부서류를 전수 분석한 결과, 내년 예타를 거치지 않는 사업은 72건, 총사업비는 138조 2564억원으로 집계됐다. 예타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사업의 경제성과 정책성 등을 사전에 따져 재정 낭비를 막는 절차다.

면제 사업 증가는 기금에 집중됐다. 예타 면제 사업은 지난해 37건에서 올해 72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예산 사업은 26건에서 25건으로 줄었지만 기금 사업은 11건에서 47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세수를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에 투자하기 위해 신설되는 162조원 규모 기금이다. 전체 면제 사업 72건 중 26건이 미래대응기금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110조원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면제 근거도 특정 조항에 집중됐다. 국가재정법 38조 2항 10호에 해당하는 사업이 46건으로 전체 면제 사업비의 93.6%를 차지했다. 미래대응기금 사업 역시 26건 중 25건이 이 조항을 적용받았다. 10호는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 사업을 예타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 규정으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면제한다.

첫해 예산과 전체 사업 규모 사이의 간극도 크다. 72개 예타 면제 사업의 총사업비 가운데 내년 예산에 반영된 금액은 7.6%에 그친다. 당장 투입되는 돈은 적지만 앞으로 수년간 막대한 재정이 들어갈 사업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국회가 사업의 첫 단추를 끼우는 시점에 전체 사업의 타당성을 충분히 따져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국회는 첫해 예산을 심사하면서 사업 착수 여부를 판단해야 하지만, 경제성과 정책성을 분석한 예타 결과가 없어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따지기 어렵다. 사업이 시작된 뒤에는 매년 예산을 심사할 수 있지만, 이미 추진이 결정된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면제됐다고 해서 타당성 검토까지 완전히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며 “적어도 전문적인 검토를 받고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는 장치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타 면제 이후 사업 규모가 커져도 다시 검증할 절차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청년문화예술패스는 지난해 10호로 면제받은 뒤 올해 문화예술진흥기금에서 미래대응기금으로 이관되면서 사업비가 3276억원에서 7925억원으로 늘었지만, 경제성·정책성을 다시 따질 절차는 없다.

기금 운용에 대한 국회의 사후 통제 범위도 좁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할 때 국회에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범위를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사업비의 30%인 13조 6088억원까지 변경안 제출 없이 조정할 수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회 심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합리적”이라면서도 “제도 자체를 좋다 나쁘다 하기보다 사업별로 면제가 타당한지 따져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주오 (juoh41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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