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수익 글 보기
경제
서울 외곽 아파트값 11% 뛰어… 신혼부부·청년 울리는 ‘평탄화’
文정부 땐 외곽 지역 4.45% 올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값 상승을 두고 “살짝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라고 했지만, 이 지역 아파트값은 최근 1년 새 11% 넘게 올라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뛴 것으로 집계됐다. 전셋값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20일 조선일보가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서울 10구(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은평·강서·구로·금천·관악)의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달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1.15%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구(6.21%)·서초구(6.61%) 상승률의 2배 가까운 오름세다. 이 지역들은 전셋값도 1년 새 10.10% 뛰었다. 부동산원이 구별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12년 1월 이후 이 10구의 매매·전세 연간 상승률이 나란히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 정부 집권 2년 차 8월을 기준으로 직전 1년간 변동률을 비교한 결과, 집값 급등으로 부동산 정책 면에서 ‘최악’으로 평가받는 문재인 정부 때(2017년 8월~2018년 8월)도 이 10개 구의 매매가 상승률은 4.45%, 전셋값 상승률은 0.92%였다.
수년간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해당 지역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뒤늦은 키 맞추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집값 안정을 겨냥한 고강도 규제가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는 역설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현 정부 들어 실거주를 의무화하는 규제가 쏟아지면서 전세 매물이 사라졌고 무주택자들이 반강제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내놓은 정책이 정작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A3면에 계속
◇서울 외곽, 매매·전세 첫 10%대 동반 급등… “평탄화 아닌 초토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강남을 포함한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시작돼 확산하는 것을 “다행스러운” 점으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이어 “물론 외곽 지역은 오르고 있지만 예전에는 강남은 꼭대기, 다른 데는 낮게 돼 있었는데 여기(강남)는 이제 내리고 여기(외곽)는 살짝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했다. 고가 주택을 겨냥한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 등으로 강남권 집값이 꺾이기 시작한 점을 짚으며, 지역 간 자산 격차 완화라는 정책 방향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실제 지난달 강남구(-0.18%)와 서초구(-0.01%) 아파트값은 하락 전환했다.

그러나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대통령이 시장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중저가 아파트마저 매수하기 힘들어진 무주택자들의 반발이 특히 컸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그나마 대출이라도 받아서 살 수 있던 아파트들이 죄다 연초 대비 2억~3억원씩 올랐는데 그게 살짝이고 평탄화인가”라며 “강남 집값이 10억~20억원씩 빠진들 나 같은 서민과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회견 당일 대변인실 공지를 내고 “‘일종의 평탄화’라는 발언은 가격 변동 추이에 대한 설명”이라며 “정부는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집값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누적된 공급 부족 속에 강북의 신규 입주가 특히 적었고, 세제 개편과 대출 한도의 영향을 덜 받는 중저가 주택에 수요가 몰린 것을 원인으로 꼽으면서 공급 대책과 전월세 대책을 서두르겠다고 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매매·전세 동반 두 자릿수 상승
과거 서울 외곽 주택 시장에서는 매매가가 뛸 때는 전셋값이, 전셋값이 뛸 때는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실수요자에게 한쪽 출구는 열려 있었다. 최근 1년은 두 출구가 한꺼번에 막혔다는 점에서 다르다.
박근혜 정부 때 같은 기간(2013년 8월~2014년 8월)에는 서울 외곽 10구 전셋값이 9.33% 급등했지만 매매가는 1.45%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지역을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2017년 8월~2018년 8월)에선 매매가는 4.45% 올랐지만 전세(0.92%)는 안정세였다. 윤석열 정부(2022년 8월~2023년 8월) 때는 고금리 충격으로 이 지역 매매가가 10% 넘게 급락했다. 반면 현 정부에서는 매매(11.15%)와 전세(10.10%)가 동시에 10% 넘게 올랐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이 10구의 매매가 누적 상승률이 19.18%였는데, 현 정부는 단 1년여 만에 그 수준의 60%에 육박하는 급등세가 벌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전세 공급이 막힌 것을 꼽는다. 작년 10월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거래가 막히면서 신규 전세 매물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과거에는 전세와 매매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했는데, 작년 10월부터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전세 매물이 사라지면서 전세의 안전판 기능이 무력화됐다”고 말했다.
최근 강북권에서는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셋값이 10억원을 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84㎡는 지난달 15일 11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됐고, 인근 래미안길음센터피스 같은 면적은 10억5000만원에 전세 매물로 나와 있다.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는 지난 6월 이 단지 최고가인 9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현재 나온 매물들의 호가는 12억원에 이른다.
◇서울서 갈 곳 사라지는 무주택자들
해당 지역 집주인들은 수년간 이어진 조정기와 강남 중심의 양극화 장세에서 소외됐던 집값이 비로소 회복되는 국면으로 본다. 실제 과거 집값 상승기에도 강남이 가장 먼저 오르며 다른 지역과 격차를 벌리면 주변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 가면서 결국에는 외곽까지 오르는 패턴이 반복됐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키 맞추기’라고 표현했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 첫해 4.45%였던 외곽 10구의 매매 가격 상승률이 2021년엔 6.5%로 확대됐다. 서울 전체적으론 아파트 매매 가격이 직전 고점인 2022년 1월을 넘어섰지만, 외곽 10곳은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도봉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강남·마용성만 오를 때 강북권은 집값이 계속 떨어지거나 정체돼 주민들의 박탈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며 “이제야 전고점을 거의 회복하면서 격차가 좁혀지는 과정으로 보는 집주인도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회복을 넘어 상승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선택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0구의 월간 매매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 0.2~0.5%에서 올해 5월 1.21%, 6월 1.37%, 7월 1.57%, 8월 1.68%로 4개월 연속 커졌다. 10구의 월간 전셋값 상승률은 6월 1.54%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1.29%로 다소 낮아졌지만, 매매 상승률은 같은 기간 1.37%에서 1.68%로 오히려 커졌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매매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강남 집값이 먼저 오르고 한강 벨트를 거쳐 외곽까지 온기가 퍼져 가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최근 외곽의 매매·전세 동반 급등세는 정상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평탄화라기보다는 초토화에 가깝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바둑 AI부터 코지피티·카나나까지… AI 사업 연전연패 빠진 카카오
- 은마 33일 앞당긴 강남구… 재건축 인허가 ‘속도전’
- “이게 비누라고”… 독산역 화장실에 등장한 ‘다비드’
- 성동구, 서울 출산율 2년 연속 1위… 출생아 21% 늘어
- 나를 닮은 상어 만들 수 있다고?
- 반세기 걸친 작업이 한 곳에… 이강소 예술 세계로의 초대
- 전통시장 넘어 골목상권으로… 구로구 ‘장보기 상권’ 넓힌다
- 트럼프 “對이란 대응 결정 모드… 쓸어버리는 것도 선택지”
- 트럼프, 21일 뉴욕시장 관저 방문…정책 갈등 속 맘다니와 세 번째 회동
- “중산층 주거 벨트, 강남 판교 동탄 지나 청주까지 연결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