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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용자성 판결 전 일단 교섭’ 법원이 제동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후 고용노동부가 기업에 요구해 온 ‘선(先) 교섭’ 기조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원청 사측이 하청 노조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법정 다툼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교섭부터 진행하는 것은 기업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산업계에선 노조의 무리한 교섭 요구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 수단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행정법원은 포스코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 단위 분리 재심 결정 집행정지 신청’을 18일 받아들였다. 앞서 중노위는 포스코가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 등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포스코에 이들과 별도의 교섭 단위를 구성해 교섭하도록 결정했다. 포스코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중노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집행정지 사건의 쟁점은 법원 판결이 나기 전 사측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과 교섭을 해야 하는지 여부였다. 그동안 노동계는 일단 교섭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노동위 재심결정의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다’는 노조법 조항이 근거였다. 노동부도 노란봉투법을 ‘노사 대화 촉진법’으로 명명하며 사측에 일단 교섭 테이블을 차릴 것을 요구했다.
기업 입장에선 딜레마였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 교섭을 하면 소송의 목적을 스스로 훼손하게 돼 이후 재판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승소하더라도 상당 기간 노조와 교섭을 진행했다면 되돌리기 어려운 부분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 노동 행위’로 판단돼 형사처벌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경영계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중노위 결정의 효력을 정지하지 않을 경우 (포스코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며 본안 소송 결론이 나올 때까지 중노위 결정의 효력을 멈췄다.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에 즉시항고할 수 있는데, 중노위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법원은 이날 동희오토 사건에서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같은 취지로 결정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 결정은 대화와 상생이라는 허울 아래 ‘선 교섭’을 요구해 온 정부 방침에 오류가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된 극동건설과 중흥토건 사건 역시 결과는 반대지만 의미는 포스코 사건과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사건의 쟁점은 포스코처럼 별도의 교섭 단위를 만들어 실제 교섭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공고할지 정하는 것이었다. 법원은 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는 기업에 되돌리기 어려운 손해가 생기는 건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교섭 요구를 알리는 단계’와 ‘실제 교섭 관계를 만드는 단계’를 구분해 판단함으로써, ‘실제 교섭 진행 시 기업에 되돌릴 수 없는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논리는 그대로 유지했다.
산업계에선 이번 결정이 앞으로 노사의 소송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노동위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일단 교섭을 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소송 비용도 커 행정소송을 제기할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본안 판단이 나오기 전 교섭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앞으로 ‘사용자성’ 다툼을 법원까지 끌고 가는 경우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노란봉투법을 추진할 때부터 제기됐던 ‘노동 문제의 사법화’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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