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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건 인사이드] ‘유인·수거·세탁’ 범죄의 점조직화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진화한 ‘분업형 사기’
구매 심리 이용해 피해자 끌어들여
개인 판매 가장 ‘현금 수거책’ 등장
검거해도 자금 흐름 수사 복잡해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활용돼 온 ‘현금 수거책’ 등 분업형 사기 수법이 개인 판매자를 가장한 중고거래 사기에도 나타나면서 범행 전모를 쫓는 수사가 한층 복잡해졌다. 피해자 유인부터 현금 수거와 자금세탁까지 역할이 쪼개져 현장 가담자 검거만으로는 상선과 자금 흐름을 밝히기 어려운 만큼, 이에 맞는 수사 대응과 피해예방 대책이 요구된다.
최근 평택에서는 명품 거래를 가장해 피해자로부터 350만원을 받아 상선에 전달하려 한 20대 현금 수거책(9월17일자 7면 보도)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인물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의 부산 자택에 명품 구두 대신 생수병이 든 택배를 보낸 뒤 평택에서 현금을 받으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범행을 지시한 상선을 추적하고 있다.
현금 수거책의 등장은 중고거래 사기가 범행 단계를 세분화하고 역할을 나누는 등 조직형 범죄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사한 사건에서의 최근 법원 판결을 보면 조직원들이 피해자 유인과 범죄수익 세탁·전달 등을 나눠 맡는 방식이 확인된다.
지난 7월 창원지법은 사이버 물품사기 조직에서 자금세탁책으로 활동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해당 조직은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 게이밍 컴퓨터를 판매한다는 허위 글을 올려 11명에게서 12차례에 걸쳐 총 1천128만3천원을 받아냈다. A씨는 피해금이 입금되면 이를 가상화폐로 바꿔 조직이 지정한 해외 전자지갑으로 넘기는 역할을 맡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해당 사이버 물품사기 조직이 총책을 중심으로 피해자 유인과 자금세탁, 현금 인출과 수거 등의 역할을 나눈 ‘복잡한 점조직 형태’로 구성됐다고 적시했다. 먼저 가담한 사람을 통해 조직원이 순차적으로 모집되고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했다. 한 조직원이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A씨도 텔레그램을 통해 신원미상의 총책과 총관리실장의 지휘를 받아 피해금을 가상화폐 테더(USDT)로 바꾼 뒤 중국 소재 거래소 전자지갑으로 보냈다. 나흘 동안 A씨가 가상화폐로 바꿔 전달한 금액은 피해금을 포함해 4천941만원 상당이었다.

이런 점조직화는 중고거래 사기 수사를 복잡하게 만든다. 범행을 기획한 사람과 피해자를 상대하는 사람, 돈을 회수하는 사람이 각각 달라 현장에서 가담자를 붙잡더라도 상선과 자금 흐름을 별도로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에는 중고거래 특유의 구매 심리도 활용된다. 이와 관련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에서는 현금 수거책 수법에 대한 경계가 높아졌지만 중고거래에서는 덜 알려져 있어 범행 영역이 옮겨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수거책을 쓰면 상선은 현장에 나설 필요가 없다. 여기에 좋은 물건을 선점하려는 심리와 사람이 직접 돈을 받으러 온다는 점이 맞물리면 의심스러운 거래 조건도 받아들이기 쉽고, 수거책이 붙잡혀도 상선은 연결을 끊기 수월하다”고 짚었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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