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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범죄 피해자 지원에 더 상처받는 피해자들···전남광주, ‘이채원 조례’ 만든다
전남광주, 통합지원 가능한 조례 제정 추진

귀가 중 장윤기에게 살해당한 고 이채원양(17)과 유가족을 비롯해 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이채원 조례’ 제정 움직임이 전남광주에서 시작됐다. 각 정부기관마다 제각각으로 중복·분산돼 있는 지원을 피해자와 유가족이 한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20일 전남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최근 범죄 피해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일원화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 피해자 지원조례(이채원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고인의 어머니 A씨도 참석했다.
A씨는 딸이 숨진 후 여러 기관으로부터 “어떤 지원이 필요하느냐”라는 질문을 수 차례 받아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하나로 통합된 원스톱 지원이 없어 피해자 유가족이 매번 모든 연락을 받아 필요한 지원이 뭔지 일일이 판단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범죄피해가 발생했을 때 수사기관을 비롯해 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할 지자체, 각종 사회복지 기관은 범죄 유형별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범죄 피해자와 가족들은 관련 법과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구조금과 치료비, 생계비, 장례비, 의료비, 학자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심리치료와 간병비, 취업활동, 생필품, 자조모임 등도 지원된다.
문제는 이런 지원이 여러 기관에서 제각각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와 유가족이 관련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기도 쉽지 않다. 기관별로 중복지원이 있을 경우 피해자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범죄 피해자 유가족이 한 기관에서 지급하는 ‘유족 구조금’을 받았다면 다른 기관에서 더 나은 조건의 구조금을 지원할 근거가 있더라도 ‘중복지원’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유가족은 어떤 조건이 더 나은지를 판단할 정보가 없다.
각 기관에 흩어진 지원을 받으려 해도 유가족이 고인의 사망진단서를 여러차례 발급받아 제출해야 하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나로 통합된 전산망을 갖고 있지 않아 유가족이 지원을 신청할 때마다 기관별로 같은 서류를 반복적으로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유가족이 여러 기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 심리적 혼란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진술해야 하거나 동일한 서류 제출 요구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양 유가족을 지원하는 단체와 전남광주시의회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남광주의 관련 조례를 통합해 새로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남광주시가 관련 피해자 통합지원 조례를 제정할 경우 전국에서 첫 사례가 된다. 전남광주는 현재 각 범죄유형별 11개의 피해자 지원조례를 갖고 있다.
토론을 주최한 최경미 시의원은 “현재의 조례와 지원체계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있다”면서 “피해자 중심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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