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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파주 냉동고 살인 뒤에 남은 ‘4대 미스터리’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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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운천리 일대, 평화로운 농촌 풍경과 벽돌 건물들이 어우러진 이곳에는 지역 내에서 꽤 잘 알려진 대형 빵카페가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새시 공장 창고였던 시설을 개조해 꾸민 공간으로, 탁 트인 개방감과 넓은 주차장을 갖춰 주말이면 외지인과 동호회 회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지역 명소였다.
AI는 “30분이 지나면 의식을 잃고 1시간이 지나면 심정지로 사망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감금을 통한 협박이 목적이었는지, 혹은 처음부터 시신 처리까지 염두에 둔 계획 살인이었는지 고의성의 깊이를 밝혀내는 것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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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후 의식 잃는다” AI에 묻고 문 잠갔다…공범·배후는 여전히 미궁
(시사저널=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운천리 일대, 평화로운 농촌 풍경과 벽돌 건물들이 어우러진 이곳에는 지역 내에서 꽤 잘 알려진 대형 빵카페가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새시 공장 창고였던 시설을 개조해 꾸민 공간으로, 탁 트인 개방감과 넓은 주차장을 갖춰 주말이면 외지인과 동호회 회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지역 명소였다. 카페 업주 신아무개씨(39)와 그의 아내는 마을 주민들에게도 늘 상냥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이들로 기억되고 있었다.
9월3일 오전 11시쯤, 이 카페 주차장에 흰색 승용차 한 대가 멈춰섰다. 차에서 내린 60대 여성 A씨를 맞이한 것은 업주인 신씨였다. 두 사람은 이날 처음 만난 사이였다. 신씨는 A씨에게 주차장 한편에 놓여 있던 흰색 대형 컨테이너(30㎡ 규모)를 가리키며 “진품 여부를 감정할 백화점 상품권이 창고 안에 있다”고 안내했다. A씨는 의심 없이 신씨를 따라 컨테이너로 향했다.

치밀한 계산 아래 컨테이너로 유인
창고 문이 열리자 빛이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내부가 드러났다. 실내 온도는 영하 18도 이하로 맞춰져 있었다. A씨가 창고 안쪽에 쌓인 상품권 상자를 확인하러 깊숙이 들어간 순간, 뒤에 서있던 신씨가 밖으로 나와 철제문을 닫았다.
창고 안은 손전등조차 없는 완전한 암흑 상태였다. 신씨는 미리 계획한 대로 카페 직원들에게 “오늘 하루 출근하지 말라”고 지시한 상태였다. 그는 가둔 피해자를 뒤로한 채 카페 출입문에 ‘내일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공지를 붙이고 서울로 이동했다.
영하 18도의 극한 환경에서 사람은 외투를 입고 있어도 30분이 지나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의식을 잃기 시작한다. 1시간이 지나면 장기 기능이 정지되며 심정지에 이른다. 밖에서는 문을 열 수 있어도 내부에는 비상 개방 장치가 없어 탈출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다음 날인 9월4일 0시6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어머니가 연락이 두절됐다”는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가족들은 A씨가 전날 “큰돈과 관련된 일을 해결하러 간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고 전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실시하며 동선 확보에 나섰다.
휴대전화 신호는 고양시 일산 일대 등 범행 장소와 떨어진 여러 지역에서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했다. 신씨가 범행 전 A씨에게 “위치 노출을 피해야 한다”고 속여 휴대전화를 차 안에 두고 내리게 한 뒤 그걸 들고 다니며 전원을 껐다 켜는 방식으로 수사망에 혼선을 준 탓이었다.
경찰이 탐문 과정에서 신씨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도 그는 거짓으로 일관했다. 신씨는 “A씨와 카페에서 떨어진 문산읍 마정리 근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진작에 헤어졌다”고 둘러댔다. 경찰은 이 말을 믿고 약 14시간 동안 엉뚱한 지역을 수색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수사의 물꼬를 튼 것은 과학수사팀의 폐쇄회로(CC)TV 동선 분석과 진술 대조 작업이었다. 경찰은 신씨가 말한 헤어진 장소 주변 CCTV를 전수조사했으나 A씨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반면 카페 인근 CCTV를 정밀 포렌식한 결과, 9월3일 오전 A씨가 신씨와 함께 카페 옆 컨테이너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혔고, 다시 나오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진술과 물증의 결정적 모순을 포착한 경찰은 9월4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주차장에서 신씨를 긴급체포했다. 이후 카페 냉동창고 문을 강제로 열었다. A씨는 출입문 안쪽 바닥에서 얼어붙은 상태로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1차 구두 소견 결과 시신에서 칼자국이나 타박상 같은 직접적인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추위로 인한 저체온증과 산소 부족이 겹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우발적 사고 주장하다 드러난 계획범죄 정황
신씨는 치밀한 계산 아래 범행 대상을 여성으로 골랐다. 그는 범행 전날 상품권 유통 중개업자(브로커)인 50대 남성 B씨에게 “상품권 소유주가 거래 감정인으로 여성이 나오기를 바란다”는 거짓 요구를 전달했다. 이는 범죄심리학에서 말하는 ‘제압 용이성’과 ‘중간 연결고리 차단’을 노린 행동이다. 신씨는 가짜 상품권 거래 현장에서 물리적 저항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을 표적으로 삼아 냉동창고에 손쉽게 가두려 했다. 또한 자신과 일면식도 없고 사정을 잘 모르는 제3자를 불러들여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B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A씨에게 연락했다. 정밀 감정 전문가가 아니었던 A씨는 거래에 수반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B씨의 승용차를 타고 파주 카페까지 동행했다. 신씨가 “진위 감정이 끝나면 직접 A씨를 서울까지 태워다주겠다”고 안심시키자 B씨는 곧바로 현장을 떠났다. 물론 모든 것이 신씨가 쳐놓은 덫이었다. 밤늦게까지 A씨와의 연락이 끊기자 B씨가 A씨 가족에게 연락해 실종신고를 하게 된 것이다.
검거 초기 신씨는 우발적 사고를 주장했다. “상품권이 가짜라는 사실을 A씨가 알아채자 당황한 나머지 문을 잠그고 달아났다”는 것이 그의 진술이었다. 하지만 프로파일러 투입과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통해 신씨의 ‘우발적 범행론’은 쉽게 무너졌다. 경찰 조사 결과 신씨는 상습적인 도박 등으로 인해 약 10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었다. 지속적인 빚 독촉에 시달리던 그는 500억원대 가짜 백화점 상품권을 이용해 현금을 가로채는 범행을 계획했다.
지난 7월 중순, 신씨는 서울 영등포의 한 인쇄업체를 찾아가 “영화 촬영에 쓸 소품”이라며 5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 10상자, 액면가 500억원어치의 인쇄를 의뢰했다. 정밀한 위조가 어려워 뒷면에 ‘촬영용’이라는 문구가 찍히자 신씨는 이곳을 상품권 띠지로 가려 눈속임을 준비했다.
이어 8월27일, 신씨는 부산의 한 대여 업체에 영하 18도 설정이 가능한 이동식 냉동 컨테이너를 급히 주문했다. 카페에서 400km 떨어진 업체까지 수소문해 임차한 이 컨테이너는 주차장 구석 CCTV 사각지대에 배치했다.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원된 신씨의 휴대전화 기록에서는 더 결정적인 정황이 나왔다. 신씨는 범행 직후 생성형 AI(인공지능)에 “냉동창고에 사람이 갇히면 어떻게 되나”라는 취지의 질문을 입력했다. AI는 “30분이 지나면 의식을 잃고 1시간이 지나면 심정지로 사망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는 사망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방치한 미필적 고의는 물론,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계획적 의도를 입증하는 결정적 정황이다.
경찰은 신씨가 위조 사실이 들통날 경우 거래에 방해가 될 인물을 감금해 입막음하고 현금을 챙기려 한 것으로 판단했다. 살인과 감금 행위 자체는 신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현장으로 피해자를 유인한 브로커 B씨 역시 유가증권 위조 혐의로 입건됐지만, 살인 공모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이 남아있다.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부분은 위조 상품권의 상위 배후 조직 존재 여부다. 빚에 시달리던 단순 카페 업주 개인이 독자적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위조 상품권 판로를 기획하고 대량 인쇄까지 감행했을지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암시장 유통망이나 자금 세탁을 지시한 상위 조직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현장 동선과 사기 실행 과정에서의 공범 유무도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브로커 B씨 외에도 거래를 주도하려 한 이른바 ‘큰손’ 매수자의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이들이 신씨가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내세운 가상의 인물인지, 아니면 실제 현금화 거래에 깊이 개입한 제3의 공범이 존재하는지 가려내야 한다.
신씨의 범행 목적 번복 역시 의구심을 더한다. 신씨는 현재 살해 의도를 부인하며 여러 차례 진술을 바꾸고 있다. 감금을 통한 협박이 목적이었는지, 혹은 처음부터 시신 처리까지 염두에 둔 계획 살인이었는지 고의성의 깊이를 밝혀내는 것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감정 전문가가 아닌 피해자가 거짓말에 속아 현장까지 가게 된 정황, 그리고 피해자 측이 당일 준비했던 현금의 정확한 액수와 행방을 명확히 추적해야 한다. 경찰은 신씨에게 피유인자 살해, 유가증권 위조 및 행사 혐의를 적용해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으로 구속 송치했다. 이제 경찰에서 풀지 못한 의문은 검찰 몫이 됐다.

음성적 거래망이 만든 사각지대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허술한 제도적 안전망이 어떻게 강력범죄의 토양이 되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개인 자영업자가 거액의 유가증권 인쇄를 의뢰했음에도 기관 확인이나 신고 절차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현행 구조에서는 ‘촬영 소품용’이라는 핑계만 대면 고액 유가증권과 유사한 인쇄물을 자유롭게 출력할 수 있어 제2의 대형 사기나 강도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범행 도구로 악용된 특수 설비의 유통 규제 미비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고위험 냉동 컨테이너가 간단한 절차만으로 사적 공간에 설치됐다. 특히 사람이 내부에 갇혔을 때 탈출할 수 있는 안전 고리나 비상벨 등 최소한의 안전 규격조차 없는 장비가 시중에 유통되면서 범죄 도구로 변질됐다.
음성적으로 형성된 상품권 현금화 시장(상품권깡) 역시 범죄를 부추긴 주원인이다. 무기명 유가증권인 상품권은 탈세와 자금 세탁의 수단으로 악용돼 왔으며, 공식 교환소가 아닌 개인 간 암거래 시장이 방치되면서 거액의 현금을 노리는 범죄자들에게 손쉬운 표적이 됐다.
전문가들은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백화점 상품권 등 유가증권 형태의 인쇄를 의뢰받을 경우 인쇄업자가 지자체나 경찰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법제화하고, 실물 상품권에는 보안 홀로그램과 디지털 인증 기술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동식 냉동 설비에 대한 안전 기준 강화도 필수적이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컨테이너에는 내부 비상 개방 장치와 외부 알림 비상벨 설치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비상 탈출 장치가 없는 고위험 임대 장비의 사적 유통을 제한해야 한다.
사건이 발생한 카페는 문을 닫았지만, 허술한 유가증권 관리와 안전장치 없는 특수 설비, 음성적 암거래 시장이라는 구조적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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