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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르포-경북 재선충 피해와 대책]지구 온난화•적기 방제 실패•감염목 관리 허술이 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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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초입 포항 남구 구룡포 산자락.
산림청이 집계한 2026년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고사목은 177만2985그루.
한 산림기술사는 ‘재선충 방제의 성적표는 벌채 그루 수가 아니라 다음 해 그 산에서 재선충 피해목이 또 얼마나 더 나오느냐에 달렸다’고 말한다.
산림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피해고사목 177만2985그루 가운데 방제 조치를 끝낸 피해목은 111만1472그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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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5년 대구경북 역대 1·2위 고온…매개충 활동·소나무 스트레스 커져
도로·목재 이동에 늦어진 방제까지…“기후 탓만으론 설명 안 돼”

가을 초입 포항 남구 구룡포 산자락. 아직 푸른빛이 짙어야 할 능선 곳곳에 붉고 누런 점들이 박혀 있었다. 재선충병으로 말라 죽은 소나무들이다.
“처음에는 몇 그루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순식간에 고사목이 군락을 형성했어요. 한쪽을 베어내면 그 뒤에서 또 죽고, 산 너머에서도 붉은 나무가 나타납니다.”
구룡포에서 만난 한 주민이 먼 산을 응시하며 한말이다. 경북의 소나무숲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산림청이 집계한 2026년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고사목은 177만2985그루. 전년 148만6338그루보다 19.3% 늘어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았다. 포항·경주·안동을 비롯한 전국 피해 극심·심 지역 7곳에 전체 피해의 81%가 몰렸다. 포항에서만 감염 소나무가 30만 그루에 이를 정도다.
현장과 연구자료, 방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재앙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기온 상승이 매개충의 활동시간을 늘렸고, 가뭄은 소나무를 약하게 만들었다. 도로와 사람·목재의 이동은 새로운 확산 통로가 됐다. 여기에 급증한 피해를 예찰과 방제가 따라잡지 못하면서 피해가 폭발적으로 커졌다.
◇더워진 숲, 가뭄으로 허약해진 소나무
재선충은 스스로 먼 거리를 이동하지 못한다고 한다. 병을 옮기는 것은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다. 재선충을 몸에 지닌 하늘소가 건강한 소나무의 새순이나 가지를 갉아먹을 때 선충(蟬蟲)이 나무 안으로 들어간다.
문제는 이 매개충이 기온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2024년 연평균기온은 14.5도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고, 2025년은 13.7도로 역대 두 번째였다. 최근 3년이 나란히 역대 1~3위를 기록했다. 2025년 여름 평균기온도 25.9도로 역대 1위였다.
남영우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는 매개충은 변온(變溫)동물이어서 기온이 오르면 성장이 빨라지고 성충(成蟲) 우화(羽化)가 앞당겨져 활동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한 산림기술사도 ‘과거 달력만 보고 방제시기를 정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그는 “봄철 기온이 일찍 오르면 하늘소가 나무 밖으로 나오는 시기도 빨라질 수 있다”며 “방제가 며칠, 몇 주만 늦어져도 이미 주변 나무로 이동한 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2024년 조사에서도 북방수염하늘소 최초 우화는 4월23일~5월7일, 솔수염하늘소는 5월14일~7월2일 사이 관찰됐다.
가뭄은 반대로 소나무의 방어력을 떨어뜨린다. 고온과 수분 스트레스가 겹치면 수세(樹勢)가 약해지고 병해충에 대한 저항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름 강수량과 재선충 피해율 사이에 상관관계가 나타났다는 연구도 있다. 따뜻해진 숲이 하늘소에는 더 긴 활동시간을 주고, 가뭄은 소나무를 약하게 만드는 ‘이중 압박’인 셈이다.
영덕 병곡면 주민 배영활 씨는 최근 YTN 인터뷰에서 ‘재선충 피해가 이어지면서 송이 수확량이 과거보다 20~30% 줄었다’고 말했다. 재선충은 이제 산림병해충을 넘어 산촌 주민의 생계 문제로 번지고 있다.

◇감염목 목재 이동, 차량 도로망 통해 확산
그러나 재선충 확산을 기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포항·경주뿐 아니라 내륙 안동까지 전국 최상위 피해지역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2016~2018년 국내 재선충 예찰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5~8월 기온뿐 아니라 도로와 건물과의 거리도 피해고사목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목이나 소나무류 목재 이동, 차량과 도로망을 통한 확산 가능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의미다.
한 산림기술사는 ‘재선충은 산에서 산으로만 번지는 병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염됐거나 감염 가능성이 있는 원목이나 땔감이 이동하면 하늘소의 자연 이동거리보다 훨씬 먼 곳에서 새로운 감염원이 생길 수 있다”며 “도로 주변의 작은 감염원을 초기에 잡지 못하면 산 안쪽으로 다시 번진다”고 말했다.
최근 경상국립대 연구진이 거제·사천·진주의 소나무림을 2021~2023년 조사한 결과에서도 재선충 밀도와 고사율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기온 자체는 두 변수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기후는 중요한 조건이지만 지역 환경과 매개충 밀도, 사람의 이동, 방제 여부가 함께 작용한다는 얘기다.
◇방제는 시간 싸움, 가장 치명적인 원인은 ‘늦은 방제’
재선충 방제는 결국 시간 싸움이다. 감염된 소나무 속에서 겨울을 난 하늘소가 봄부터 성충으로 우화해 밖으로 나오기 전에 감염목을 찾아 베고 파쇄·훈증(薰蒸)해야 확산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문제는 예찰, 감염 확인, 설계, 예산 배정, 업체 선정, 벌채와 반출까지 모든 과정이 짧은 기간 안에 끝나야 한다는 점이다.
현장의 한 방제 관계자는 “오늘 발견한 고사목을 내일 바로 벨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피해가 적을 때는 일정을 맞출 수 있지만 수십만 그루가 한꺼번에 나오면 인력과 장비, 업체가 동시에 부족해지기 때문에 그사이 하늘소가 우화하면 방제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안동시는 올해 1월부터 도산·녹전 공동방제구역에서 긴급방제에 들어갔고 3월에는 예안 등 23개 사업을 추가 발주해 일부 사업기간을 4월30일까지 잡았다. 영주국유림관리소도 안동 공동방제구역 1만2755㏊ 방제를 4월 말 완료했다. 방제 작업이 북방수염하늘소 우화시기와 맞붙은 셈이다.
전년도 방제지에서 이듬해 다시 고사목이 대량 발생했다면 단순히 ‘또 감염됐다’고 넘길 일도 아니다. 누락목은 없었는지, 확산 최전선인 선단지(先團地)부터 막았는지, 실제 작업이 우화 전에 끝났는지를 역추적해야 한다.
한 산림기술사는 ‘재선충 방제의 성적표는 벌채 그루 수가 아니라 다음 해 그 산에서 재선충 피해목이 또 얼마나 더 나오느냐에 달렸다’고 말한다. 그만큼 재선충의 발본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177만2985 그루가 드러낸 행정의 한계
피해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한 방제 시스템도 재앙을 키웠다. 산림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피해고사목 177만2985그루 가운데 방제 조치를 끝낸 피해목은 111만1472그루였다. 처리율은 전년도 89.4%에서 62.7%로 떨어졌다.
지방산림청이 직접 관리하는 국유림은 피해목의 99.9%를 처리한 반면 지자체가 담당하는 공유림·사유림은 61.9%에 그쳤다. 산림청은 지자체 전담인력 축소,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 피해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 예산, 민간 방제업체의 기술력 편차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포항시는 올해 상반기 100억원, 하반기 103억원 등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단목(單木)방제와 간벌(間伐), 복합방제, 수종전환, 항공·드론방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구룡포 주민 60대 박모씨의 질문은 단순했다.
“작년에도 저 산에서 나무를 베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또 붉어졌잖아요. 그럼 왜 그런지부터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후 변화만으로 지금의 재앙을 설명할 수는 없다. 고온은 매개충의 활동조건을 좋게 만들었고 가뭄은 소나무를 약하게 했다. 도로와 목재 이동은 감염원을 멀리 실어 날랐다. 여기에 예찰과 제거가 늦어지고 행정의 처리능력까지 한계에 부딪치면서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은 푸른 나무가 더 많다는 점. 제대로 대응만 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주민들이 푸른 솔숲을 볼 수 있고, 송이 채취로 살아가는 주민들의 생계가 유지될 수 있다. 내년에도 남아 있는 이 푸른 숲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한상갑·피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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